최승호 문화방송 시사교양국 피디
<문화방송>(MBC)이 최근 최승호(사진) 시사교양국 피디(PD)의 <한겨레> 기고를 문제삼아 경위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피디수첩>을 제작했던 최 피디는 지난 4일치 한겨레에 ‘김재철 사장 사표 파동이 남긴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했다. 그는 이 글에서 김 사장이 사직서를 낸 뒤 다시 선임된 과정과 절차를 비판하고, 국민 여론의 공론장이 되어야 할 공영방송이 권력의 선전장이 되어버렸다고 썼다.
문화방송은 지난 5일 최 피디의 글 가운데 “김 사장이 지배하는 문화방송에서는 ‘땡전뉴스’ 시대를 뺨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부분을 문제삼아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위서를 요구했다. 최 피디는 10일 “기고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을 쓴 것이라는 내용의 경위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진숙 문화방송 홍보국장은 “중립성을 지키고, 특정 이해집단을 대변하는 글을 실어서는 안 되는 언론사 직원이 ‘땡전뉴스’라는 표현 등으로 회사 명예를 훼손해 경위서를 요구했다”며 “아직 징계위에 회부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이적표현물도 아닌 종합일간지에 실린 글을 문제삼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내부 목소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회사의 압력 행사”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최 피디의 기고 내용이 잘못되었다면 정정 또는 반론을 요구할 수 있지만,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문제삼는 것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봉쇄하는 것으로, 언론사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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