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이란 본질 흐려” 정치권·새노조에 책임 전가
<한국방송>(KBS) 경영진이 ‘민주당 최고회의 도청 의혹’이 불거진 뒤 지켜온 침묵을 깨고 27일 사원들을 대상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도청 문제로 수신료 인상 이슈가 가려지고 있다는 불만 토로와, 도청 설문조사를 공표한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에 대한 비판이 뼈대를 이뤘다. 이를 두고 새노조는 “사측 입장에는 ‘도청하지 않았다’ ‘녹취록을 한나라당에 넘기지 않았다’ 이 두 마디가 없다. 이 두 마디면 지금의 위기를 넘을 수 있는데 결국 못하고 있다”며 “강력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번 도청 의혹 사건으로 무엇보다 수신료 인상이라는 본질이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발단을 살펴보면 정치권이 수신료 인상안을 표결처리하기로 국민 앞에 약속해놓고도 이를 뒤집으면서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합의 파기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이른바 도청 의혹만 남아 있는 형국으로 변질되었다.”
한국방송 경영진이 이날 내놓은 ‘최근 현안과 관련한 입장’에 포함된 내용이다. 경영진은 도청 의혹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새노조도 겨냥했다. 경영진은 “본부노조(새노조)는 마치 도청이 실재했으며 경영진이 이를 은폐하고 있는 듯한 언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근거 없는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면서 불신을 조장한 본부노조의 책임도 없다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불법도청 진상조사위원회는 ‘케이비에스 경영진 담화에 부쳐’라는 논평을 통해 “사건의 발단이 민주당이 수신료 인상안 표결처리를 뒤집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런 이유로 도청을 했다는 것인가”라며 “우리는 도청을 자백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한나라당과 기타 3자 누구에게 녹취록을 제공했는지 밝힐 것”과 “무고하다면 도움을 주었다는 회의에 관련된 제3자가 누군지를 밝히라”고 한국방송 쪽에 촉구했다.
한국방송 새노조는 “언론의 자유를 말하는 언론사가 자율적인 해결, 정화 능력도 없이 무책임하게 경찰 수사만 바라보는 상황을 누가 납득할 수 있는가”라며 “경영진의 입장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엄경철 새노조 위원장은 “(도청 의혹이 불거진 뒤) 한달 만에 나온 경영진의 입장이 답변은 없고 문제를 제기한 노조나 내부의 건강한 세력을 악의적으로 몰며 상황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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