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및 언론단체의 ‘미디어렙 법안’
1공영1민영 미디어렙 뼈대…언론단체도 힘 실어
여당 이견으로 6월통과 미지수…시장 혼란 우려
여당 이견으로 6월통과 미지수…시장 혼란 우려
종합편성채널의 방송광고 직접영업을 막기 위한 야권과 언론·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11일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위탁, 제한경쟁의 ‘1공영1민영’ 체제를 뼈대로 하는 미디어렙 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단체안으로 정하고 정치권에 이달 통과를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0~11일 미디어렙 법안 관련 워크숍을 열고 △종편의 미디어렙 강제 위탁 △‘1공영1민영’의 제한경쟁 구도 속에 <문화방송>(MBC) 공영렙 지정 △지역방송 등 취약매체 지원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포함된 단일안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민주당은 그간 민영렙을 고집하는 문화방송 쪽을 의식해 완전경쟁 형태의 ‘1사1렙’안도 검토했으나 이번에 방송의 공영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1공영1민영’ 체제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언론연대도 지난 10일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의 미디어렙 적용 대상 포함 △공영렙에 문화방송 지정 △광고 판매물량의 100분의 10을 밑돌지 않는 수준에서 광고 취약 중소방송의 광고 포함 등이 담긴 미디어렙 법안을 입법청원했다. 민언련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어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은 유예기간 없이 광고판매를 미디어렙에 의무위탁할 것을 주장했다. 미디어렙 수도 제한경쟁인 1공영1민영을 지지했다. 다만 공·민영의 구분과 관련해,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과 <교육방송>(EBS)은 공영렙에,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SBS), 종편 등은 공·민영 렙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방송사의 미디어렙 지배력과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방송사의 미디어렙 지분 소유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종편의 직접광고를 막을 수 있는 법안 처리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문방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일 방송광고 판매제도 공청회에서 “6월 국회까지는 미디어렙 관련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한나라당은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당론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법안을 놓고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은 미디어렙 개수와 문화방송을 공영·민영 미디어렙 가운데 어느 쪽에 포함할 것이냐 등이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 한선교 의원은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주장하는 반면, 진성호·이경재 의원 등은 ‘1공영1민영’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다만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하지 않고 자율 광고 영업을 하도록 한다는 점에선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에서는 ‘현실적으로 6월 국회 처리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경재 의원은 13일 “6월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방송광고 판매 시장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도 “경쟁체제 유형 등을 놓고 당내 의견이 엇갈려, (처리 여부는) 국회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조만간 한나라당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종편이 광고 직접영업으로 미디어 시장을 헤집고 다니면 미디어 생태계의 교란이 심각하다”며 여야가 미디어렙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최성진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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