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추적60분>의 1983년 진행 모습. 한국방송 제공
KBS ‘권력감시’ 명맥 이어…8일·15일 특집
4대강·천안함 등 보류·징계 ‘문제작’ 돌아봐
4대강·천안함 등 보류·징계 ‘문제작’ 돌아봐
한국방송(KBS)의 간판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추적60분>(KBS2 수 밤 11시5분)이 8일 1000회를 맞는다. 이날과 15일 두차례 ‘1000회’ 특집방송을 한다. <추적60분>은 이명박 정부 들어 ‘친정부 방송’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방송이 그나마 권력감시 기능을 살리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8일 1000회 특집방송 1편 ‘천번의 추적, 진실은 있다’에서는 1983년 첫방송을 한 이래 29년의 여정을 △시사고발프로의 역사 △시대의 기록 △불편한 진실 △그래도 진실은 있다 등 4개의 항목으로 나눠 돌아본다.
<추적60분>은 1980년대 평균 시청률 48%라는 경이적 기록으로 요즘 예능 프로 못지않은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물론 첫회부터 순풍을 탄 것은 아니었다. 1983년 2월27일에 방영한 <추적60분> 첫회는 ‘한국의 할리우드, 충무로 영화가’ 편이었다. 당시 충무로 영화가를 추적한 것으로 영화배우들도 많이 동원됐으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결국 내부 회의를 거쳐 2회에 ‘야심작’을 내놓았다. 일부 한국인의 탐욕스런 식문화를 다룬 ‘한국판 몬도가네, 몸에 좋으면 뭐든지’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탐사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고 제작진은 자평한다. 취재피디가 방송 화면에 등장한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당시 술집, 식당 등에서는 <추적60분> 피디가 나타나면 얼굴을 알아보고 공연히 ‘고발’당할까 두려워 일찍 문을 닫거나 문전박대를 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8일엔 지난 방송을 돌아보면서, 한 종교단체를 취재한 테이프가 11년 뒤 전파를 타야만 했던 사연, 정부가 학원안정법을 추진하던 1984년 당시 고위 관료가 프로그램과 관련해 제작진에게 접촉을 시도했던 과정 등을 공개한다. 또 지난해 12월 청와대 외압 의혹과 함께 2주간 방영 보류 끝에 방영된 ‘4대강 사업의 쟁점’ 편과 올해 초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정성을 문제 삼아 중징계인 ‘경고’ 처분을 한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을 ‘불편한 진실’로 접근한다.
<추적60분>을 1년에 1회 이상 시청한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소개한다. 제작진은 “전체 응답자의 83.1%가 다양한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방송이어서 본다고 답했고 43.2%는 가장 아쉬운 점으로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지 못하다는 점을 꼽았다”고 전했다.
15일 2편 ‘천명을 만났습니다-요즘 어떠십니까?’에서는 전국을 돌며 시청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 새로운 1000회를 탐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해군기지 후보지인 제주 강정마을, 사회적 논란이 그치지 않는 고엽제 매립지역,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시위로 뜨거운 광화문 등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온다. 진행을 맡은 강희중 책임피디는 “시청자의 따끔한 목소리를 들으며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며 “제작진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좀더 성역없는 주제를 다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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