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여야위원 6 대 3…천안함 등 권력비판 보도 ‘중징계’
2기 대통령몫 위원에 공안검사 출신 인선 논란도
“추천위원 공모제”“실질적 민간기구 전환을” 요구
2기 대통령몫 위원에 공안검사 출신 인선 논란도
“추천위원 공모제”“실질적 민간기구 전환을” 요구
출범 3년 평가
광우병, 언론법, 천안함, 4대강, 무상급식.
다음달 초 출범 3년을 맞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그동안 문제삼았던 방송 프로그램의 소재들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년간 정권의 방송장악을 위한 제도적 틀 마련에 골몰했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통신 콘텐츠 심의를 통한 보도 통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권력 비판성 프로그램엔 공정성 잣대로 중징계를 내리고, 정부를 불편하게 하는 인터넷 글은 무더기로 삭제를 요청함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사실상 검열기구로 기능할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까지 받았다.
■ 무늬만 민간기구 방통심의위는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맡았던 방송·통신 콘텐츠 심의를 통합한 기구이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통위가 내용 심의를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민간 독립기구를 표방하며 2008년 5월 출범했다. 그러나 심의위원 9명을 대통령과 여야가 각 3명씩 추천하는 방식이나, 공적자금인 방송발전기금을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는 2008년 7월 <문화방송>(MBC) ‘피디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 2편에 대해 공정성 등의 문제를 들어 ‘시청자 사과’ 제재를 결정했다. 의결 과정에서 야당 쪽 위원 3명은 절차적 정당성 훼손, 정치적 외풍 등을 문제삼아 퇴장했다. 이후 여당 쪽 위원 6명만의 찬성으로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징계가 여야 위원 6 대 3 구도로 갈려 여당쪽 견해만 반영되는 ‘자판기 심의’의 출발이었다. 2008년 이전엔 심의의 초점이 상업성(간접광고)이나 선정성 논란이었다면 이명박 정부 들어선 권력을 비판적으로 다룬 시사·보도 부문의 정치적 표현으로 옮아갔다. 2007년은 1건도 없었던 정부 비판보도에 대한 제재가 2008년엔 모두 11건이었다.
통신 자유 억압에도 첨병 구실을 했다는 평가다. 정부 비판 게시글이나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글들에 대해 정부·여당 인사와 기업의 요청에 따라 심의위는 위법성을 들이대며 무차별적으로 삭제와 차단 등의 시정권고를 했다.
■ 심의 잣대 논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는 지난 3년간 방통심의위가 정치심의, 청부심의를 일삼아 왔다며 해체를 촉구한 바 있다. 공정성 잣대로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면서 방송 콘텐츠의 품질을 되레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공정성은 심의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 학계에서도 사실과 관련되는 객관성은 철저히 따지되 공정성 심의는 폐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우려 속에 2기 위원 인선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청와대가 내정한 대통령 몫 위원 3명(전체 9명) 가운데 박만, 최찬묵씨 등 2명이 공안검사 출신이다. 지금까지는 심의의 법적 판단을 위해 판사 출신을 임용한 사례는 있었으나 검사 출신은 처음이다. 방통심의위의 전성우 노조위원장은 “공안통 등 강성 인물의 배치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이명박 정권의 전략적 인선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추천 인선은 다음달 초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 개선 방향은 언론계와 시민단체에선 정파적 논란이 그치지 않는 방통심의위의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보수 일색의 종합편성채널 출범에 대비해 여야 6 대 3 구조의 개선과 실질적인 민간 자율기구로의 탈바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심의위원 구성이 원초적으로 편중되어 있는데 사회적 갈등 사안을 심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치권의 직접 임명방식이 아니라 추천위원을 통한 공모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광고자율심의기구처럼 민간기구로의 전환 등을 제안했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도 “종편 출범을 대비해서라도 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심의 규정이 더 정교하게 보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청자 민원이나 사무처 직원들의 모니터를 통해 상정되는 심의 절차가 당사자주의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주웅 심의위원(상임)은 “민원 등이 생기면 그 안건을 방송사에 바로 넘겨 직접 소명하게 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때 심의기관이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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