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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등 ‘협찬’ 전면허용 추진 방송 공공·다양성 훼손 우려

등록 2011-03-29 19:22

종편 등 ‘협찬’ 전면허용 추진 방송 공공·다양성 훼손 우려
종편 등 ‘협찬’ 전면허용 추진 방송 공공·다양성 훼손 우려
방통위 “PP 등 전면 허용·지상파는 부분 허용”
외주사 “작은 제작사들 생존조건 악화” 비판
협찬 의식 오락물 등 시청률 위주 방송 우려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3일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피피)와 지역방송, 라디오방송에 협찬고지를 전면 허용하고 지상파방송사는 제한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제작비 조달 명목으로 외주제작사한테만 제한 허용되어 온 협찬고지 규제가 대폭 풀리게 되는 셈이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경비·물품·장소 등을 제공받는 대가로 기업의 명칭을 알리는 것을 협찬고지라 한다. 협찬이 확대될 경우 프로그램 내용이 자본의 외풍에 휩싸이면서 획일성과 상업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음지에서 양지로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다큐, 교양, 드라마 등 외주제작사는 모두 1574개이나, 실제 활동을 하는 제작사는 150~200개 정도이다. 이들은 방송사에서 외주를 따내면 제작비의 절반 정도만 지원을 받기 때문에 주로 협찬을 통해 재원을 조달받고 있다. 대형 외주제작사는 대체로 드라마당 10억원 이상의 협찬을 받은 뒤 편법으로 상표를 노출시킨다. 현 방송법은 외주사에 간접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방송시장의 협찬은 외주사와 광고주의 직거래여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블랙마켓’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외주사 대표와 직접 계약하나, 작가 또는 피디들의 개인 능력에 따라 광고주와 연결되어 협찬을 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병욱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장은 “방송시장 거래의 투명화를 위해 광고판매 대행사를 통하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르냐 제작규모냐 협찬고지 허용은 지상파 쪽의 오랜 숙원이었다. 방송의 공공성 침해 논란 차원에서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예능 장르라도 지정해 풀어 줄 것을 희망해왔다. 방통위의 확대 방침에 외주사들은 내심 마뜩잖다. 협찬 금액의 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창수 판미디어홀딩스 대표는 “조중동 등 힘센 종편이 나서면 기업들은 힘의 논리에 따라 그쪽으로 더 쏠릴 것이기에 ‘을’의 처지인 작은 독립제작사들로서는 더욱 악조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주제작사들은 협찬을 내주는 대신 저작권 보장, 간접광고 허용 등 반대급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외주사는 특히 지상파 쪽의 예능 장르 협찬 요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작비 규모가 3억원 이상인 프로그램에 한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팀장은 “방송사가 외주사를 가장해 편법으로 협찬을 따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외주제작 인정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절반도 안 되는 제작비 현실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노골적 상업화 논란 방송광고시장의 확대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지지론자들은 공영방송 위주의 유럽에서도 2008년부터 할리우드 제작물과 경쟁할 수 있도록 모든 지상파방송에 협찬과 간접광고 등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제작비 조달방식의 협찬 확대가 되레 방송 상업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반박 또한 높다. 작가나 피디들이 협찬받는 기업의 상품 브랜드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조정하면서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주제작사를 통한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라는 기대와는 달리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협찬사를 의식해 쇼, 오락 등 시청률 위주의 상업적 프로그램만 쏟아져 고품질의 다큐나 교양프로그램은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프로그램의 다양성은 축소되고 무료서비스의 공영방송조차 공공성보다는 상업성으로 치달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광고시장 확대는) 시청자 주권의 철저한 외면으로 저질방송 논란을 빚는 일본 상업방송처럼 우리 방송시장에도 상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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