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론도 못정해…지상파 “법 늦어지면 우리도”
방송광고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회사) 법안 마련이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2월 국회(2월18일~3월12일)에서도 무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출범을 공언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뉴스를 다루는 종편이 보도와 영업 칸막이를 허물고 ‘광고 직거래’에 나설 경우 시장질서 교란은 물론 언론 공공성도 크게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간 2월 국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우선 논의하겠다는 견해를 밝혀 왔으나 아직껏 당론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여야 정책위 의장단이 합의처리하기로 발표한 13개 민생법안에서도 빠져 있다. 2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여야 간사들도 여야 견해차와 촉박한 일정 등을 들어 처리 연기를 기정사실화했다.
문방위 야당 간사인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여야 모두 미디어렙 법안 당론이 확정되지 않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여야의 견해차가 커서 3월 처리는 쉽지 않고 4월에나 집중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당 문방위 간사인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도 “상임위가 하루뿐이라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월 국회도 재보선 정치일정 때문에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이 처리돼도 시행령 마련, 사업자 선정 등 인허가 절차에 6개월은 걸린다. 하반기 출범을 예고하고 있는 종편을 미디어렙 체제에 편입시킬 수 있는 시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8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판매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린 뒤, 이듬해 말까지 대체입법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15개월째 방송광고 시장의 ‘무법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위탁 대상 등 쟁점 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게 지연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종편이 미디어렙 위탁판매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이나, 한나라당은 반대하고 있다. 당론은 아니지만, 민주당은 제한적 경쟁체제인 1공영 1민영을, 한나라당은 완전경쟁인 1사 1렙 안(<문화방송> <에스비에스> 등이 독자 렙 통해 영업)을 대체로 선호하고 있다. 법제화가 늦어지면, 종편은 현 유료방송처럼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다.
종편의 ‘직거래’는 지상파의 직접 영업도 부추길 전망이다. 현재 지상파 쪽은 종편이 직접 영업에 나설 경우, 자신들도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내비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종편의 광고 직접판매는 방송의 공익성을 실종시키고, 더 나아가 방송을 자본의 일부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며 “종편이 형식적으론 케이블방송이나, 내용으로는 보도를 다루는 지상파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미디어렙에 위탁판매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는 “정치논리에 밀려 법제화가 계속 미뤄지면 방송시장에 미치는 파급력과 타격이 굉장히 큰데 정치권이 그 점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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