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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말로만 합의제’…실제론 ‘최시중 독임제’

등록 2011-02-24 19:12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맨 왼쪽)이 지난해 11월10일 서울 세종로 방통위 회의실에서‘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세부심사기준’를 의결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시작하려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A href="mailto:rhee@hani.co.kr">rhee@hani.co.kr</A>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맨 왼쪽)이 지난해 11월10일 서울 세종로 방통위 회의실에서‘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세부심사기준’를 의결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시작하려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정부 “정책효율·산업진흥 위해 독임제 가미”
여당 다수 구조 속 절충 않고 표결로 일방처리
“독립기구로 바꾸고 위원 전문성 강화를” 지적
3년간 행적 살펴보니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행정기구다. 그러나 지난 3년의 행적을 보면 ‘무늬만 합의제’일 뿐, 최시중 위원장 주도의 ‘독임제 위원회’라는 평가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 예고된 재앙 방송과 통신의 융합기구 논의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융합의 흐름에 맞춰, 대통령 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띄워 관련법제 정비와 기구개편 등을 논의했다. 분산되어 있는 방송·통신 기능을 통합하여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행정기구를 위원회 구조로 하되 산업진흥 등을 고려하여 독임제 요소를 가미하는 안이 나왔다. 이를 기초로 엠비(MB) 정부 인수위원회는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업무를 합쳐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안을 발표했다.

당시 시민단체와 야당은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된다며 대통령 직속에 반대했다. 이들은 △무소속 독립기구 △국회에서 상임위원 5인 추천 △위원회에서 위원장 호선 등을 주장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했다. 2008년 2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안은 위원장을 포함한 방통위원 2명은 청와대가, 3명은 국회 몫(여당 1, 야당 2)으로 돌아갔다.

■ 독임제의 폐해 정부·여당은 효율적인 정책 결정과 산업진흥을 위해 독임제 가미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식정보사회에서 민주화의 근간인 방송·통신 논의에 독임제 요소가 들어가는 것은 산업사회적 발상이라는 반박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실제 방통위의 ‘3 대 2’ 구조에서 야당의 목소리는 철저히 주변으로 밀리고 있다. “청와대의 주문이 최시중 위원장에게 전달되면 이는 곧바로 정책국장을 거쳐 실무진으로 넘어간다. 전체회의에 올라온 안건은 여당쪽 위원의 동의 속에 다수결로 정리되고 있다.” 방통위 내부 인사의 증언이다.

종합편성채널 기본계획 의결과 조·중·동 종편 선정,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 의결 등 여야가 부딪친 쟁점의 해법은 절충과 합의가 아니라 표결을 통한 일방처리였다. 정부부처의 독임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도 3 대 2 구조로 우리와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결 사안에 소수 견해가 묻히지 않고 의견서로 첨부된다. 지난달 연방통신위는 미국 최대 케이블업체 <컴캐스트>의 지상파방송 <엔비시>(NBC) 인수를 승인하면서 민주당 쪽 한 위원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런 반대 목소리를 반영해 컴캐스트의 전횡을 막는 여러 보완 조처가 승인의 전제조건으로 따라붙었다.

방통위가 사실상 독임제 위원회가 된 데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보수·진보의 갈등구조와 소통의 부재 속에서 나왔다는 시각도 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방통위원이 (추천권자의 의중에 맞춰) 정파적 태도를 보이면서 전문성을 갖춘 정책 결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협치를 전제로 하는 정치문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학계·시민단체 대안 방통위의 합의제를 명실상부하게 지키려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구로의 전환과 방통위원의 전문성 강화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방통위 정책은 사상이나 표현의 자유에 개입하고 조작하려는 위험이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기구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방통위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방통위원들이 사무처에 휘둘리지 않고 전문성을 갖춰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내부에 정책 보좌관을 두고 외부에 자문기구를 꾸려 원하는 자료를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 보좌관 지원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의 대표 발의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에도 담겨 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독일의 방송위원회도 살펴볼 만하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독일의 방송위원회는 지역별로 종교계, 학계, 문화계, 시민단체 등 공중의 이익을 대변하여 최고 60여명으로 구성되는데 사람이 많아 합의에 시간이 걸리지만 집권여당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민주주의를 관철시켜 나간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내년 3월까지 방통위의 합의제 성격을 강화하는 내용의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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