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스카이’ 지분
100% 인수계획 발표뒤
주요 언론·정치권서
“소유 규제해야” 목소리
100% 인수계획 발표뒤
주요 언론·정치권서
“소유 규제해야” 목소리
미디어 독과점은 영국에서도 심각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세계적인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사진)의 미디어그룹 ‘뉴스 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이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를 완전 장악하려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 지분의 39%를 소유하고 있는 뉴스코프는 지난해 6월 나머지 지분 61%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뉴스코프는 현재 하루 발행부수가 300만부에 이르는 최대 대중지 <더 선>을 비롯해 <더 타임스>, <뉴스 오브 더 월드>, <선데이 타임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 스카이까지 인수하면 영국 뉴스시장의 22%를 차지하게 된다.
<텔레그래프> <데일리 메일> <가디언> <데일리미러> 등 보수·진보를 막론한 주요 신문과, 공영방송 <비비시>(BBC)와 <채널4>는 뉴스코프가 <스카이>까지 인수할 경우 언론의 다양성을 위협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디언>은 일찌감치 지난해 9월 ‘미디어 독점: 정치인들이 머독에게 ‘노’라고 말할 때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가디언>은 “미디어 소유권의 다양성이 명백히 바람직함에도 사태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의회가 머독의 야망을 심도 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영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이 그것을 요구한다”고 못박았다.
뉴스코프가 이미 <스카이>의 실질적 지배주주임에도 완전 인수가 문제가 되는 것은 보수 성향의 뉴스코프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 여론 다양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인디펜던트>는 지난달 22일 “머독이 스카이 방송을 장악하면 신문들을 스카이 방송의 ‘패키지 상품’으로 묶어 팔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다른 언론사들이 경쟁하기 힘든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비시>도 최근 분석 보도에서 “언론의 자유는 의견 표명의 다양성에 의해 강화된다는 게 통설”이라며 “이미 영국에는 미디어 소유권의 법적 규제장치가 있으며, (언론사의) 대형 인수합병은 규제당국의 정밀조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보수-자민 연립정부의 빈스 케이블 기업부 장관(자민당)은 지난달 선거구민으로 위장한 <텔레그래프> 기자에게 “미디어 재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며 머독의 스카이 인수를 저지할 뜻을 밝힌 발언이 공개되면서 보수층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기도 했다. 뉴스코프 소속 언론사들은 보수당을 내놓고 지지하고 있어, 연정 내부에 미묘한 균열 기류도 감지된다.
그러나 영국민 대다수도 미디어의 독과점적 소유에 대한 규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아이시엠(ICM)이 지난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4%가 “뉴스 미디어에 대한 단일 기업의 과도한 지배력 행사가 허용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뉴스코프의 스카이 인수에는 44%가 반대한 반면, 찬성은 5%에 불과했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지난해 말 기한으로 뉴스코프의 스카이 인수 타당성을 정밀조사했다. 이어 제러미 헌트 문화미디어 장관이 이달 중순까지 이 문제를 공정경쟁위원회에 넘길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나, 조만간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지난해 말 기한으로 뉴스코프의 스카이 인수 타당성을 정밀조사했다. 이어 제러미 헌트 문화미디어 장관이 이달 중순까지 이 문제를 공정경쟁위원회에 넘길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나, 조만간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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