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위성방송 채널에 반드시 포함 규정
“KBS2·MBC도 빠졌는데…형평 어긋나”
“KBS2·MBC도 빠졌는데…형평 어긋나”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종합편성채널을 내보내도록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채널 4곳을 선정한 이후 이 규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방송>(KBS) 2채널과 <문화방송>(MBC)도 의무재전송 대상에서 빠져 있는데, 사영방송인 종편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무전송 대상 지상파는 <한국방송> 1채널과 <교육방송>(EBS)뿐이다. <한국방송> 2채널과 문화방송, <에스비에스>(SBS)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 종편채널을 의무전송해야 하는 법적 근거는 방송법 시행령 53조이다.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사업자들이 채널을 구성할 때 반드시 종편을 포함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시행령은 2000년 초 만들어졌다. 당시 취지는 케이블 등 유료방송 가운데 시청자가 가장 저가의 패키지를 선택하더라도 공익성이 강하고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포함하라는 의도였다. 당시에는 개념만 있었던 종편을 공공성과 공익성이 강한 채널로 설정한 것이다.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법을 만들 땐 오락 위주 채널만 공급하지 말고 다양하게 구성하라는 취지였는데 무료 서비스 방송인 지상파보다 종편을 더 우대해준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에스오들은 지금도 아날로그의 경우 70개 채널 가운데 공익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나 종교 피피 등 의무적으로 내보내야 하는 채널들이 많아 종편 도입 이후 편성권이 심각하게 제한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초기 가입비나 송출료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김희경 케이블티브이협회 연구위원은 “현재 에스오들은 지상파 방송을 포함하여 공공·공익채널, 종교채널 등 17개를 의무전송할 뿐 아니라 5개의 준의무 채널까지 합하면 22개를 무조건 전송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에스오 대표는 “방통위의 향후 대응을 지켜보겠지만 최근의 미디어 환경을 내다보지 못하고 만든 법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병호 피피협의회 회장은 “종편이나 보도채널을 의무전송하도록 한 법은 잘못된 것으로 고쳐야 한다”며 “사업자간 계약에 의한 동의제를 택하든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유진 사무처장은 “정부가 종편 문제를 사회적 논의 없이 조중동 등 특정 사업자를 겨냥하여 진행하다 보니 법적 미비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2000년 확정된 법에 따라 종편 사업자를 선정하였는데 지금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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