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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조기안착 위해 ‘폭스처럼’ 보수 시청자 공략할듯

등록 2010-12-01 09:02수정 2010-12-01 09:06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채널 충성도 높이려 편향된 여론몰이 우려
독과점 강화로 여론 다양성 훼손 가능성
신문+방송 할인상품에 ‘시장혼란’ 될수도
“글로벌방송 미디어 지향”, “방송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품격 높은 방송”, “비판정신이 투철한 공공방송”.

종편 진출을 노리고 있는 보수신문들이 그동안 자사 지면을 통해 밝혀온 종편의 청사진이다. 정부의 종편 도입 정책 목표도 글로벌시대 방송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의 선택권 확대 등이다.

이런 장밋빛 밑그림을 바탕으로 종편이 ‘창의적 미디어’로 떠오를지는 지켜볼 일이나, 다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한 가지 분명한 문제가 있다. 신문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보수신문들의 이념적 편향성이 방송으로 번지면서 여론의 다양성을 크게 훼손시킬 것이라는 걱정이다. 신문·방송 겸영을 통해 미디어 생태계를 크게 교란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 뉴스·프로그램 종편 예비 사업자들은 보도와 시사·교양 등에 방송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오락 등은 비용 절감을 위해 외주제작이나 프로그램 수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을 추진하는 신문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보도·시사·교양에 주력하고 드라마는 외주를 생각하는데 다른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미디어 등은 5개의 종편 희망사와 업무제휴 양해각서를 모두 체결했다.

아침드라마나 고비용의 일일드라마 제작은 당장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생존전략 차원에서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저녁 메인뉴스도 생활 패턴을 반영하여 8시대로 앞당겨 편성할 가능성이 높다.

인력은 대부분 300~500명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신입·경력을 반반씩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와 제작의 핵심 인력 가운데 상당수는 모신문사 출신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종편 희망 신문사들은 종편 준비 내부 인력들에게 종편 참여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 우려 전문가들은 자본이 빈약한 종편이 성공을 위해서라도 선택과 집중의 길을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종편이 조기 안착하려면 미국의 폭스채널처럼 수용자층과 장르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며 “종편이라고 모든 영역을 집중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보수적 또는 종교적 색채 등의 접근으로 충성도 높은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중동이 그들의 이념적 색채를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오른쪽으로 여론몰이를 시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조중동 종편은 보수 편향적인 지금의 정파적 논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승부수를 두려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여론 독과점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주용 인하대 교수도 “신문시장은 미약하지만 진보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으나 (조중동 종편이 등장할 경우) 방송에선 관점의 다양성조차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념적 편향보다는 방송의 질 하락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요즘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왜곡보도의 문제점 등이 바로바로 지적되기 때문에 자정 시스템이 작동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상업방송으로 살아남기 위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에 집착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방송은 신문시장보다 더 냉정하다”며 ‘조중동 종편’의 최우선 관심사는 보수적 논조보다는 시청률이 될 것으로 봤다.

신문과 방송을 결합한 할인상품을 내세워 미디어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신문과 방송의 광고 판매를 패키지로 하는 것은 물론 에스오와 협의해 자사 채널 시청자에게 자사 발행 신문의 무료 구독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사업자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신문 판매시장의 혼탁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종편이 다문화·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할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심사를 의식해 평가 계획서에는 담겠지만 실제로는 새벽이나 늦은 밤 등 사각 시간대에 편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창수 판미디어홀딩스 대표는 “드라마 제작사와 엠오유를 얼마나 많이 체결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콘텐츠의 다양성과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성 실현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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