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초기단계…공동기획·피드백 활용 열려”
국외매체들, 팔로어 많은 계정 돈주고 사기도
국외매체들, 팔로어 많은 계정 돈주고 사기도
소셜미디어의 등장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집단을 꼽으라면 단연 신문·방송 등 전통미디어일 것이다. 지난 1일 부산 초고층 아파트 화재 소식을 글과 사진, 동영상으로 가장 빠르고 생생하게 알린 ‘매체’가 바로 스마트폰과 결합한 트위터였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의 확장은 기존 미디어의 심각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인가? 이 질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활용 여하에 따라 기존 미디어에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새 ‘매체’들은 언론사들이 활용해야 할 수단이요, 똑똑한 미디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정동훈 광운대 교수는 “기존 미디어는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새 유통기반을 확보했다”며 “트위터 등에 쏟아지는 정보로 콘텐츠를 수집한 뒤, 이를 정확히 분석·전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언론사들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방송들은 트위터의 회사 계정에 기사를 퍼나르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앞으론 부서와 팀 단위로 계정을 세분화하는 방식의 공략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중앙일간지의 미디어 전문가는 “독자들과 긴밀한 소통을 위해 경제나 책 분야 등을 세부적으로 나눠 서비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방신문인 <부산일보>는 트위터에 계정을 만든 지 반년 만에 팔로어가 2만명을 넘었다. 이 신문이 지분 80%를 투자하고 <매일신문> <광주일보> 등 다른 지방신문이 콘텐츠 제휴사로 참여해 개설한 ‘시민기자 에스엔에스 사이트’ <위키트리>는 일반인 1600여명이 주기적으로 생산한 정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공한다. 국외 유력매체들은 팔로어가 많은 트위터 계정을 돈 주고 사거나 돈을 들여 팔로어를 늘리는 방식으로 트위터의 속도와 정보력을 ‘포섭’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뉴스채널 <엠에스엔비시>(MSNBC)는 지난해 12월 150만명의 팔로어를 지닌 속보전문 계정을 인수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 말 트위터 팔로어를 9만4천명에서 75만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24일 현재 트위터 팔로어 43만명, 페이스북은 46만명)
최진순 중앙대 겸임교수는 “기존 언론은 공동기획과 공동생산의 협업, 기사의 콘셉트 잡기, 기사 평가와 오류 점검 등 여러 용도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으나, 우리의 경우 아직 활용도는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외국에선 편집국이나 보도국이 문을 열어 전문적 지식을 갖춘 시민들과의 공동기획, 공동취재 등의 협업으로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낸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애리조나 리퍼블릭>은 자동차 감속의 안정성에 대한 주제를 트위터 참여자들과 공동으로 취재해 지면에 반영했다. 이는 트위터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관심사를 사회적 의제로 설정해 성공한 사례다.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한 개방형 참여저널리즘을 구현한 것이다. 미국 뉴스전문채널 <시엔엔>은 시민기자들이 올린 모바일 기반의 사이트 ‘아이리포트’를 꾸리고 있다.
‘1인 미디어’가 확장되면서 사실보다는 의견이 범람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1인 미디어의 독립적인 콘텐츠에 기존 미디어의 검증 기능이 탄탄하게 결합될 때 신뢰도는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한 타블로 사건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인터넷이나 블로그에서 쏟아진 공방을 잠재우고 사실확인의 방점을 찍은 것은 (기존) 언론”이라며 결국 “소셜미디어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새로운 정보에 심층성을 강화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