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보도 입맛따라 제각각
조선·한경, 1개사 선정에 무게
중앙·매경, 콘텐츠 경쟁력 강조
조선·한경, 1개사 선정에 무게
중앙·매경, 콘텐츠 경쟁력 강조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권 선정을 앞두고 종편 진출을 희망하는 신문들의 ‘지면 로비’가 치열하다. 자사의 종편 진출을 위한 최적의 여건 조성을 위해 지면을 활용해 ‘쟁투’를 벌이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8월 말까지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선정 기본계획안을 확정하고 9월 사업자를 공모해 연말까지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 등 국내 대표적인 언론 관련 학회는 잇따라 ‘종편 세미나’를 열었다. 특히 방송학회 토론회는 방통위와의 조율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토론회 기사에서 종편 1개사 선정에 무게를 실은 반면 <중앙일보>와 <매일경제>는 콘텐츠 제작 능력과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선정기준으로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사업자 수의 조기 확정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조선과 동아는 종편의 ‘황금채널’ 배정과 의무전송 특혜 부여를 두드러지게 강조했다.
최대 관심사는 ‘몇 개의 사업자를 뽑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조선은 종편 복수 선정 땐 과당 경쟁에 빠진다며 우선 1개가 적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달 17일 열린 언론학회 주최의 ‘종합편성채널 합리적 도입안’ 세미나에서 발제자인 권만우 경성대 교수는 “종편을 복수로 선정하면 준비 사업자 간 과도한 경쟁과 비용 지출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권 교수는 조선일보 출신이다. 조선은 18일치 기사에서 권 교수의 이런 주장을 앞세워 보도했다. 2일 열린 방송학회 주최 세미나 보도에서도 조선은 “종편을 에스비에스급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종편을 여러 개 허가하면, 결국 케이블방송채널 수준밖에 안 될 것”이라는 변상규 호서대 교수의 발제를 비중있게 다뤘다. 조선은 종편특혜도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이 기사의 큰 제목은 “종편에 10번대 이내 채널번호 줘야” 였다.
이 신문은 또 일부 경쟁지들의 과다한 적자를 부각시키며 선정기준으로 재무건전성을 앞세웠다. 18일치 기사에선 그래픽을 통해 지난해 자사가 316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부채비율이 19%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렸다.
중앙은 콘텐츠 경쟁력과 글로벌 미디어 기업 참여, 자본금 규모 등을 강조하고 나섰다. <큐채널> 등을 보유한 중앙은 18일치 12면에서 “종편, 경쟁력 있는 콘텐트 만들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라는 제목을 뽑고,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콘텐츠 강조 발언만을 따로 발췌해 돋보이게 편집했다. 방송학회 세미나 보도에선 “종편 자본금 최소 4000억~5000억 돼야”라는 주제목과 “글로벌 미디어 기업 참여 땐 가산점 필요”라는 부제목으로 의향을 드러냈다. 또 방송학회 세미나 발제자인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의 “지상파 방송과 콘텐트, 시청률 경쟁을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종편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말과 “사업자 1개보다 다수가 유리하다”는 주장을 부각시켰다.
동아는 사업자 수에 대해 특별한 의견을 내세우지 않은 채 사업자 수를 7월까지는 공표해야 한다는 주장과, 의무 전송·‘황금 채널’ 특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경은 종편 다수 선정을 주장한 반면, <한국경제>는 1개 선정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6일 “준칙주의나 1개 선정 필요성은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로 언급된 것으로 본다”며 “종편에 대해선 아직 어떤 것도 이야기할 수 없는 단계다. 모든 것은 기본계획 발표 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종편 경쟁에 뛰어든 신문들이 발제자 발언을 입맛에 맞게 따 자사에 유리한 선정기준을 만들도록 방통위를 압박하고 있다”며 “종편 진출 땐 이 같은 ‘지면 사유화’가 ‘방송 사유화’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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