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조직진단 중간보고’ 논란
뉴스 게이트키핑 강화하고
시사프로 보도본부로 이관
노조 “비판 약화…재검토를”
뉴스 게이트키핑 강화하고
시사프로 보도본부로 이관
노조 “비판 약화…재검토를”
<한국방송>(KBS)이 24억원을 들여 보스턴컨설팅사에 의뢰한 ‘조직진단 중간보고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올 1월부터 ‘한국방송 경영진단, 조직설계 및 인력운영계획’을 진단해온 보스턴컨설팅은 지난 6일 노조를 대상으로 한 중간보고에서 △체크리스트 기반 뉴스 게이트키핑 강화 △피디 제작 시사프로그램 보도본부 이관 △예능·드라마 편성 축소 △직군 통합과 중계기술·편집직무 등 아웃소싱 등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두 노조는 과도한 게이트키핑을 주문하고 경영효율만 고려한 구조조정안이라며,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 뉴스 게이트키핑 강화 한국방송 뉴스 신뢰도·공정성 증진을 위한 컨설팅의 처방은 ‘체크리스트에 기반한 뉴스 게이트키핑 강화’다. 진실성과 적절성 각각 5개 항목, 균형성 8개 항목, 선정성과 폭력성, 개인 권리보호 4개 항목 등의 체크리스트를 정해 보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기사 게이트키핑은 기획단계 ‘편집회의’와 방송편집 전 데스킹 등 2단계로 이뤄져 있다. 보고서는 여기에 영상제작 단계와 편집완료 뒤에도 추가로 게이트키핑을 하도록 했다. 특히 편집완료 뒤에는 국장 아래 새로 편집주간을 두고 게이트키핑을 하도록 했다. 젊은 피디나 기자의 설익은 생각이 직접 뉴스 전파를 타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당수 기자·피디들은 “게이트키핑 강화에 원론적으로 반대할 사람은 없다”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지난 13일 특보에서 “많은 게이트키퍼들이 언론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게이트키핑’은 본연의 목적 이외에 일방적 지시를 위한 도구로도 활용되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대개 사쪽 견해를 담거나, 권력이 원하는 방송을 만들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뉴스는 내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게이트키핑으로 포장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게이트키핑 강화가 자칫 제작자율성을 위축하고 보도 간부의 ‘입김’을 강화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과도한 게이트키핑은 보도의 자유를 경영진에 내맡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보고서에서) 외부의 힘을 빌려 뉴스룸 내부를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 피디저널리즘 위축 컨설팅의 또다른 논란거리는 피디저널리즘의 핵심인 시사기획제작 기능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기자·피디직군을 통합하겠다”고 주장해온 김인규 사장의 ‘소신’과도 궤를 같이한다. 일부 피디들은 궁극적으로 ‘시사프로 죽이기, 피디직종 없애기’ 수순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시사프로 제작이 게이트키핑이 촘촘해진 보도본부로 이관될 경우 자기검열을 더욱 강화해 예민한 아이템은 아예 회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프로그램이 사회현상과 거리를 두게 되고, 관제성 프로그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새노조 공정방송실천위원회 간사인 윤성도 피디도 “시사프로를 보도본부로 몰아 비판기능을 없애고 회사가 관리할 수 있는 방송만 하겠다는 김인규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구상”이라고 비판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도 “체크리스트 항목을 둔 게이트키핑 강화는 기획단계부터 방송을 통제해 피디저널리즘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술직 등 아웃소싱 현실화? 보고서는 현재 5100명인 인력을 5년 뒤 4200명 수준으로 줄이고, 편집부문, 중계기술, 청원경찰, 교향악단, 아이티(IT) 직종 등을 아웃소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티브이제작본부와 편성본부, 라디오본부를 하나의 콘텐츠본부로 통합하는 편성·제작 일원화도 내놨다. 이렇게 되면 6개 본부가 4개 본부로 줄어든다.
아웃소싱은 사장이 바뀔 때마다 불거져 나온 뜨거운 감자다. 이 문제는 기술직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노조가 파업을 내걸고 강력 반대하고 있다. 강동구 노조위원장은 “짜깁기 컨설팅을 인정할 수 없으며,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이 추진될 경우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사쪽에 전했다. 인력감축안은 지방선거 이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신료 인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다. 광고가 쏠리는 2채널 예능·드라마 축소를 통한 광고비율 낮추기 또한 수신료 인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구성원의 저항이 워낙 커, 김 사장이 구조조정을 섣불리 추진하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강선규 홍보팀장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으며 중간 의견수렴 단계이다”라며 “4월 말 나올 최종보고서를 회사에서 검토한 뒤 5월 말께 본격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아웃소싱은 사장이 바뀔 때마다 불거져 나온 뜨거운 감자다. 이 문제는 기술직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노조가 파업을 내걸고 강력 반대하고 있다. 강동구 노조위원장은 “짜깁기 컨설팅을 인정할 수 없으며,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이 추진될 경우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사쪽에 전했다. 인력감축안은 지방선거 이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신료 인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다. 광고가 쏠리는 2채널 예능·드라마 축소를 통한 광고비율 낮추기 또한 수신료 인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구성원의 저항이 워낙 커, 김 사장이 구조조정을 섣불리 추진하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강선규 홍보팀장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으며 중간 의견수렴 단계이다”라며 “4월 말 나올 최종보고서를 회사에서 검토한 뒤 5월 말께 본격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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