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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전망대] 공익방송 늘리는 ‘프리뷰’ 도입을

등록 2010-01-19 18:03수정 2010-01-19 19:46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한국방송>(KBS)은 김인규 사장 취임 직후부터 뉴스는 <엔에이치케이>(NHK) 모델을, 방송 서비스는 영국 <비비시>(BBC)의 다채널 모델을 따라가겠다며 이를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엔에이치케이 모델은 뉴스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반대하는 반면, 비비시 모델은 공영방송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김 사장이 제안한 ‘케이뷰’(K-View)라는 다채널 서비스는 기존의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을 쪼개서 디지털 채널 여러 개로 나누어 제공하는 영국 ‘프리뷰’(Freeview)의 한국판이다. 이는 2002년 그레그 다이크 사장 당시의 비비시가 다른 지상파 채널은 물론 뉴미디어 사업자들과 함께 40여개 채널을 무료로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으로서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이런 방식에 대한 지지는 매우 미약하다. 우선, 케이블 등 경쟁 매체들은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적극 반대하고 있다. 그간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왔던 이른바 범여권 ‘시장주의자’들도 당연히 반대이다. 예전보다 좁은 주파수 대역폭으로도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남는 대역폭은 지상파가 계속 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자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는 아직은 미온적인 듯하다. 현 정부 들어 한국방송의 뉴스가 공영방송의 정도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들도 김 사장의 ‘플랜’에 일반적으로 부정적이다.

그러나 공영방송 제도 자체를 옹호하는 쪽이라면 좀더 냉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특정 방송사들에 몇 안 되는 지상파 채널을 특혜로 주고 그 대신 공익 서비스 의무를 수행하도록 요구해왔다. 그런데 지상파 말고도 다른 채널들이 무수히 늘어나면서 특혜로서의 채널의 의미는 점차 퇴색하고 있다. 채널이 2~3개밖에 없을 때는 그것들이 모든 광고를 독식하며 큰 이득을 남겼지만 그런 호시절이 지나간 지는 이미 오래다. 그 대신 방송인력 인건비 폭증 등으로 지상파 방송이 제공해야 하는 ‘공익’ 서비스 비용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제 공익 의무를 줄이거나 반대로 혜택을 늘리는 사회적 선택만이 남았다. 여기서 공익 서비스란 공정한 보도와 창의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지키며, 고용 등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하게 되는 등 상업방송 영역이 급속히 확대하는 상황이라면 공익의무를 줄이기는커녕 더 늘려야 할 판이다. 프리뷰와 같은 다채널 서비스는 지상파에 더 많은 의무와 그만큼의 혜택을 줄 수 있는 바람직한 모델인 것이다.

필자는 지상파는 공적 서비스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다채널 뉴미디어 영역은 사적 서비스 영역으로 자리매김하여, 양자가 큰 틀에서 경쟁을 펼치는 것이 한국의 방송 품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 부문이 강한 지위를 점하고 있을 때 사적 방송서비스 부문의 창의력을 견인할 수 있으며 민주적 기능도 유지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만이 공적 서비스 영역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세계 무역협정 원칙에 따라 지상파 방송 이외의 미디어에는 별도의 의무를 맡기거나 특혜를 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뉴스도 다시 바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지상파가 선도력을 잃어버리고 나면 정권이 바뀌어도 공적 가치를 펌프질할 마중물조차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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