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또 별이 떨어졌다. 정관용, 윤도현, 신경민 등 숱한 별이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손석희와 김제동이라는 별이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방송인의 퇴장 이유가 석연치 않자 시청자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국민의 알 권리나 행복 추구를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한 방송인을 공영방송이라는 <한국방송> <문화방송>이 몰아내는 현실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방송 편성의 자유는 보장된다. 그렇다 해도 방송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방송인을 퇴출시킬 자유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직업인이자 전문가인 방송인의 활동을 중단시키려면 왜 그런지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방송사는 통상 비싼 출연료나 낮은 시청률을 퇴출의 이유로 삼는다. 그런데 김제동이나 손석희의 1회 출연료는 몇 백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일반인이 버는 것보다는 많지만 이들이 시청자에게 주는 즐거움과 신뢰를 생각한다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방송인의 퇴장을 두고 논란이 분분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권력 코드와 다른 코드를 가진 방송인이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을 개탄하기도 한다. 방송은 자유의 상징이다. 시청자들은 누구나 방송에 출연해서 말하고 떠들고 노는 것을 즐겁게 본다. 또 정치적 문제가 생기면 방송은 이를 흡수해서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고, 합의점을 찾는 기능도 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시끄러울 수 있는 것이 방송이다. 또 어떤 연예인은 거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권력자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시청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정치적 편파방송이나 저질 프로그램이 도를 넘기 전까지 두고 본다.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한결 유연하게 대한다. 방송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려는 시청자의 원려가 있어 그렇다. 그러다가 자유의 한계를 넘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방송에 대해서 시청자는 무섭게 반발한다. 이런 영역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고, 사회적으로도 평판이 좋았던 연예인이나 사회자가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지면 시청자들은 권력을 의심한다. 무리한 방송인 퇴출은 10·28 재보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경제위기의 진실>을 쓴 독일 금융전문가 디르크 뮐러는 경제위기를 지켜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간 걸까. 지금은 문제를 유발한 사람들 대신 그것에 관해 자유롭고 솔직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공격을 당하는 시대인 걸까?” 기억할 만한 논평이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고, 언론이 통제되면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방송인 하차 사건은 우리나라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함축하는 것이다. 또 방송의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방송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말해준다. 방송사는 자신들을 먹여 살리는 방송인을 자르고서 무엇을 먹고 살려는지 보고 싶다. 역설적인 세상이다. 그럼에도 능력과 진정성을 가진 방송인이 영문도 모른 채 방송에서 사라지지 않는 날이 오고, 미디어 악법이 재개정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날, 방송은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이 되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보루가 될 것이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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