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사회비판 ‘시사360’ 폐지
‘비정치적 방송’ 요구하는 MB정부 코드 맞춰
권력감시와 거리 먼 ‘국제 시사프로그램’ 신설
피디들 “폐지 무효”…경영진 “공영성 높인 개편”
‘비정치적 방송’ 요구하는 MB정부 코드 맞춰
권력감시와 거리 먼 ‘국제 시사프로그램’ 신설
피디들 “폐지 무효”…경영진 “공영성 높인 개편”
<한국방송>의 시사프로그램 ‘생방송 시사360’ 폐지 방침에 대해 제작진과 피디들이 잇달아 비판성명을 내고 반발하고 있다. 미흡하지만 권력 감시 기능을 어느 정도 해왔던 시사프로그램마저 없애는 것은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는 이병순 사장의 ‘연임용 개편’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한국방송은 지난 18일 이사회에 그날의 주요 이슈를 짚어보는 ‘생방송 시사360’을 폐지하고, 국제 시사 정보를 전달하는 ‘생방송 세상은 지금’(가제)을 신설하는 등의 가을 개편안을 보고했다. 개편안은 다음달 중순께 최종 확정돼 19일부터 시행된다. ‘시사360’은 이 사장 취임 이후 폐지된 ‘생방송 시사투나잇’에 비해 비판 수위는 낮아졌으나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 사회의 주요 현안을 조명하면서 케이비에스의 마지막 권력감시 프로그램이란 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이 사장은 25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폐지 방침에 변함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날 야권 추천 이사들은 “프로그램 연성화”를 우려하며 개편에 반대했으며, 다수인 여권 추천 이사들은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지난 28일 ‘시사360’ 제작 책임자인 홍성협 책임피디(CP)를 제주방송총국의 편성제작국장으로 발령 냈다. 현재 ‘시사360’ 데스크는 공석이다. 개편안 중 ‘아침 뉴스타임’(2채널 아침 8시) 재편도 논란거리다. ‘아침 뉴스타임’은 1시간 분량 중 뉴스시간을 20분 줄이고,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오늘의 게시판’을 신설할 예정이다. 한국방송 내부에서는 이병순 사장의 ‘시사프로 폐지, 정보프로 강화’가 ‘윗선’의 생각과 닿아 있다고 본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색깔 없는 방송”과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문제에 몰두하지 않는 방송”에 부응하는 개편이란 것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민들이 공정한 뉴스를 원할 때 케이비에스를 틀면 색깔이 없는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으며,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한국방송 이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 사회와 세계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방송은 아직도 정쟁 등 정치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관제 사장’의 ‘코드 맞추기’, ‘연임 눈도장’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피디들은 22, 25, 28일 잇단 성명을 내며 “시사360 폐지 무효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방송 피디협회는 지난 25일 ‘졸속·코드개편 저지를 위한 케이비에스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28일 면담을 거부하는 사장에게 시사360을 없애려는 이유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시사360 제작진 10명도 28일 성명을 내 이 사장의 ‘언론관’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 사장이 몇 달 전 제작진과의 점심자리에서 “피디들은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치우친 기준을 갖고 있다. 사안의 본질보다는 현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 사장이 “시사360도 전국에 멋있는 관광지나 멋있는 풍경을 소개하는 코너도 하는 게 어떠냐”고도 했다며 “(이번 개편의) 현상은 시사360의 폐지고, 본질은 저널리즘의 목을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방송의 한 피디는 “(시사360은) 심의와 게이트키핑이란 명목으로 1년간 끊임없는 간섭과 통제에 시달리면서도, ‘미흡하나마’ 권력 감시자 역할을 했다”며 “연임을 노린 코드 개편으로 공영방송 가치를 떨어뜨리고 수신료 인상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덕재 한국피디연합회장은 “정권과 각을 세우는 프로그램은 다 없애라는 큰 방향 아래서, 시사360 폐지나 엠비시 방문진 이사의 ‘시사프로 통폐합’ 망언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강선규 한국방송 홍보팀장은 “가을 개편 방향은 공영성 강화이며, 시사360을 폐지하더라도 신설되는 세계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공영성이 덜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