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새 위원 지명
이진강 변호사, 이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
변협 회장 때 각종 사안에 보수적 견해
‘박명진 위원장 퇴진, 청와대 의중’ 분석도
이진강 변호사, 이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
변협 회장 때 각종 사안에 보수적 견해
‘박명진 위원장 퇴진, 청와대 의중’ 분석도
청와대가 6일 이진강 변호사를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지명함으로써 방송통신위원회뿐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까지 청와대의 직할 통치 아래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로 현 정권 초기부터 국가인권위원장 등 주요 보직의 후보로 거론돼 왔다. 지난 2월 박명진 방통심의위원장 사퇴설이 나돌았을 때부터 후임 기용설이 나왔고, 최근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전격 사퇴한 뒤에는 인권위원장 기용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의 관계도 각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변호사는 현재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으며, 변협 회장 시절에는 촛불시위와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과 관련해 보수적인 견해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의 기용으로 방송통신위에는 대통령의 ‘형님 친구’가, 방송통신심의위에는 ‘후배’가 포진함으로써, 방송채널 확대를 앞두고 청와대가 방송의 인허가와 정책 및 심의에 이르기까지 방송의 전 분야를 완벽하게 틀어쥐게 된 셈이다.
한편, 박 위원장의 퇴진 배경에 청와대의 의중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추천 심의위원들은 지난 5일 전체회의에서 박 위원장의 독단적 조직 운영 등을 문제 삼아, ‘위원장 불신임안’을 찬성 5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시켰다. 이와 함께 ‘위원장 퇴출’을 기정사실화하는 차기 위원장 재호선 안건도 찬성 7표, 반대 0표로 통과시켰다. 표결에 참여한 여권 추천 위원 4명 모두 재호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심의위 관계자는 “여권 추천 위원들이 청와대의 오더(지시) 없이 사퇴 압박에 가세할 리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사퇴로 1기 여권 추천 위원 6명 중 5명이 물러났다. 박 위원장에 앞서 지난 3월부터 정종섭·박정호·박천일·김규칠 위원이 그만둬, 1기 여권 위원 중 손태규 부위원장만 남았다. 심의위 내부에서는 박 위원장 취임 이후 끊임없이 위원장과 불화를 빚어온 손 부위원장의 사퇴도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다.
전체회의 공개 회의록을 보면, 대통령 추천인 박명진·박정호·박천일 위원과 한나라당 추천인 손태규·김규칠·정종섭 위원 간에 조직 운영 등을 두고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 왔다. 여권 위원끼리의 ‘자중지란’이 청와대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노사 갈등에서 불거진 지도력 부재 문제도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지적이다. 한 심의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방송위 출신 주요 보직 간부들에 둘러싸여 통합기관의 수장으로서 지도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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