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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독일모델…‘여론독점’ 규제 있으나마나

등록 2009-07-24 19:25수정 2009-07-24 22:02

1987년 6월 항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의 모임인 ‘6월포럼’ 대표와 각계 원로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한나라당이 강행·변칙 처리한 언론관계법은 무효라는 의미로 두 팔로 X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윤준하 6월포럼 대표, 김상근 목사, 언론인 임재경씨, 양길승 녹색병원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987년 6월 항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의 모임인 ‘6월포럼’ 대표와 각계 원로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한나라당이 강행·변칙 처리한 언론관계법은 무효라는 의미로 두 팔로 X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윤준하 6월포럼 대표, 김상근 목사, 언론인 임재경씨, 양길승 녹색병원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언론법 ‘부정투표’ 후폭풍] 방송법 규제장치 구멍 숭숭
독일선 채널 점유율 10% 넘기면 초과분 양도해야
신문점유율 발행부수로…가구구독률은 조작 가능성
강자엔 “무기력” 비판…“여당 방안은 국민 기만일뿐”
한나라당 방송법이 ‘여론 다양성 훼손 방지 장치’를 만들겠다며 외국 규제 모델들을 빌려오는 과정에서 핵심 알맹이들을 빼 무용지물화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 독과점 ‘방지 장치’가 아니라 ‘보장 장치’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보수언론의 여론장악 길터주기 법’이란 반발을 무마할 목적으로 방송법 개정안에 ‘시청점유율’(독일 명칭 ‘시청자점유율’)과 ‘매체합산 시청점유율’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협상 카드’로 꺼내들었을 때부터 독일식 모델에서 따왔다고 알려진 사후규제 방안이다. 법안은 한 방송사업자가 운영하는 채널의 시청점유율 합이 전체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신문사 구독률을 방송 기준으로 환산하고 방송 시청점유율에 더해 계산하는 매체합산 시청점유율도 30% 초과를 금지했다.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의 시청점유율이 10% 안팎이어서 무의미한 장치란 지적이 많다.

독일도 매체합산 시청자점유율 30%를 ‘우세한 여론권력’의 판단 기준으로 보지만, 훨씬 정교한 규제 그물을 치고 있다. 독일에선 특정 방송사가 운영하는 채널 하나가 시청자점유율 10%만 넘기면 초과 방송분을 양도해야 한다. 한 채널이 10%를 넘진 않지만 해당 방송사 채널의 점유율 합이 20%를 초과해도 방송시간 양도 의무가 부과된다. 매체합산 시청자점유율 30%를 넘겼을 땐 ‘여론권력’으로 간주돼 소유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또 △방송사업 소유제한 △방송광고시간 제한 △방송시간 일부 양도 명령을 방송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승인·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지만, 독일은 초과 즉시 소유 지분 처분 명령을 받는다.

신문의 시청자점유율 환산에 활용하는 근거 수치도 한나라당은 ‘가구구독률’을 제시했으나, 독일은 ‘발행 부수’를 기본 데이터로 삼는다. 가구구독률은 ‘전체 가구 중 특정 신문 구독 비율’을 뜻해 신문시장 지배력을 파악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가구구독률은 전국 총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지국단위로 샘플링해 조사하는 신문발전위원회 방식이 아니라, 몇몇 가구를 선택해 구독 실태를 조사하는 여론조사 방식을 이용하므로 정확하지 않고 왜곡·조작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시청점유율과 매체합산 시청점유율을 산정하기 위해 설치하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도 독일의 ‘매체집중조사위원회’만큼의 기능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매체집중조사위원회는 1997년 각 주의 방송관할기구인 ‘매체기구’의 활동을 돕는 보조기구로 설립됐으나, ‘여론권력’ 방지란 고유업무 수행을 위해 매체기구뿐 아니라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독립된 위상을 보장받는다. 위원들은 임무 수행 중 외부 지시나 지침에 구애받지 않고, 이들의 결정은 최종 구속력을 갖는다. 여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방통위와는 근본 토대부터 다르다.

주목할 점은 독일에서조차 시청자점유율 규제가 유명무실하단 여론이 높다는 사실이다. 시청자점유율 제도 자체가 지분율을 기준으로 교차소유를 막던 기존 방송법을 거대 방송그룹들이 무력화시키는 과정에서 도입됐다. 김기범 공공미디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독일에선 시청자점유율 모델이 시장을 과점하려는 언론 자본의 요구를 관철시켜준 결과만 양산했단 비판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한나라당의 사전·사후 규제는 여론 독과점 방지란 허울을 쓴 국민 기만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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