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기준·과정 공개 안해…독일, 수십명 각계 대표 참여
16일 접수 마감된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이사진 후보에 대한 심사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중이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9명은 이달 말까지, 한국방송 이사진 11명은 8월 중순까지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심사 기준에 대해 입을 닫고 있으며 심사 과정도 공개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사진 공모가 여와 야 3 대 2 구조로 된 방통위원들 사이의 ‘밀실 거래를 통한 나눠 먹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영방송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정치적 독립성은 ‘자격 있는 사람’을 뽑는 데서 시작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독일의 공영방송 이사회는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로 포진시켜 특정 사회집단이나 국가의 통제를 배제한다. 공영방송 <아에르데>(ARD)나 <체트데에프>(ZDF)의 이사회는 수십명의 각계 대표가 참여하는 ‘방송평의회’ 구조다. 정당, 정부, 교회, 경영자단체, 노동조합, 농업단체, 문화단체, 여성단체, 청년단체, 언론단체 등의 대표가 위원으로 참가해 공영방송의 내부적 다원성을 도출해낸다. 한국방송 노조가 요구하는 민주적 지배구조의 모델이 독일식 다수대표제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비비시>(BBC) 이사회인 ‘비비시 트러스트’의 위원은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이 추천하고 여왕이 임명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12명의 이사들로 구성되며 △사리사욕 금지 △청렴성 △객관성 △책임성 △공개성 △정직성 △통솔력 등의 자격 기준을 적용해 적임자를 고른다. 얼핏 보면 선임절차는 한국방송 이사를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우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차이가 있다. 한 언론학자는 “비비시 이사진은 임명되는 순간 임명자와 관계가 틀어진다. 정부 임명자도 ‘보은’을 바라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간다”고 했다.
이효성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방송위 시절에는 신문계, 방송계, 학계, 시민단체, 지역대표 등 ‘대표성’과 ‘전문성’의 세부기준을 세워 공모한 뒤 거기에 맞는 사람을 뽑았다”며 “최소한의 지원 자격이나 심사 기준도 밝히지 않은 것은 적당히 나눠 먹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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