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매출액·시청률 뚝뚝…독과점은 옛말
여론 지배력 수치도 드라마·오락물로 부풀려
채널 늘려 여론 다양성? 되레 상업성만 키워
여론 지배력 수치도 드라마·오락물로 부풀려
채널 늘려 여론 다양성? 되레 상업성만 키워
여권 방송개편 이래선 안된다 ② 언론법 개정논리 허구성 “방송 3사의 독과점 구조다. 현재 조사에 의하면 지상파 3사 시청자 점유율이 80% 넘는다. 많게는 여론 형성력은 68%다. 거대 신문 얘기하는데 거대 방송이다. … 방송 다양하게 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공정한 정보를 드림으로써 자유주의 근간을 만들자. 자유주의 환경 만들자는 것이 미디어법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6월25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 최근 정부·여당은 방송법 개정 논리로 유료 상업방송 진입을 통한 ‘지상파 독과점 해체론’을 강조하고 있다. 여권의 논리를 보면, △지상파는 독과점 구조다 △지상파 독과점은 문제다 △채널 확대는 여론 다양성 증대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독과점론은 사익적 성격이 강한 신문에게 공중파를 넘겨주기 위한 억지논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지상파는 과연 독과점일까?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맞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잘라말한다. 이는 산업적 통계로 뒷받침된다. 방송통신위가 지난 9일 공표한 ‘200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지상파 쇠락 케이블 성장세’는 뚜렷하다. 방송사업 총매출액 8조6213억원 중 지상파는 3조3971억원으로 전체 39%에 불과하다. 반면 케이블방송(SO)과 방송채널사업자(PP)는 각각 1조6795억원, 3조537억원을 기록해 뉴미디어가 지상파를 훌쩍 앞질렀다. 지상파 시청점유율도 2000년 75.7%를 기록한 이래 2006년 60.3%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방송의 여론 지배력 수치 역시 과장된 부풀리기라는 지적이다. 여권의 ‘지상파 독과점론’은 윤석민 서울대 교수의 연구를 주요 토대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한 토론회에서 지상파 3사의 여론지배력이 42.5~68.8%라는 계량적 분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 다수의 언론학자들은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 등 여론 형성과 무관한 시청시간까지 합산된 점을 들어 이 수치가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윤 교수는 매체 이용시간 등을 여론독과점의 직접 지표로 사용했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지상파의 여론지배력은 일반적인 독과점 개념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사회적 공신력이나 신뢰도와 같은 긍정적 요소가 여론지배력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독과점이라는 부정적 요소로 등치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는 “이 정부 들어 <한국방송> 보도의 신뢰도와 공신력이 떨어지면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면서 공신력과 여론지배력이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신 전 교수는 또 “윤 교수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다양성 지수(DI)를 원용해 계산한 한국언론의 다양성 지수(집중도 측정)는 기준인 1000보다 낮은 981.0로 나와 여론독과점의 폐해가 없다는 결론을 내야 하나 스스로 산출한 다양성 지수값과 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 지상파 독과점은 문제인가? 언론학자들은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이 강해서 문제라는 것은 원천적으로 논쟁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여론 독과점은 공공방송이 아닌 상업방송의 폐단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견해다. 영국·독일 등은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과 공신력을 증대시키려 한다. 공공방송은 노동자의 목소리, 여성의 목소리,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내부적으로 여론다양성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방송 독과점=여론다양성 증진’이라는 사회적 합의 아래, 공공방송은 시청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는다. 대신 다양성과 균형성, 지역성과 같은 공공성이 강한 책무를 구현하도록 공적 규제를 받는다. 유료 상업방송을 진입시켜 여론 다양성을 키운다는 여당의 논리에 대해서도 학계의 견해는 정반대다. ‘다채널은 상업성 증대, 다양성 축소로 이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윤석민 교수의 주장도 그랬다. 지난해 8월 논문(<방송연구> 여름호-‘방송통신 융합시대 방송의 공익성과 내용규제정책’)에서 그는 “미디어 채널의 증가는 방송의 상업성을 가속화시키고 다양성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방송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시기에 프로그램 다양성이 오히려 감소했음은 1994년에 실증적으로 밝힌 바 있다”고 썼다. 또한 “공공방송 서비스의 다양성 및 완성도와 같은 내용상의 질적 가치가 시장에 의해 자동으로 달성되리라는 것은 비현실적 믿음이라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라고 했다. ■ 언론학계 의견 ‘지상파는 독과점이며, 지상파 독과점은 여론 독과점’이란 여권 논리는 “신문재벌의 기득권 목소리를 강화시키려는 억지논리”라는 게 다수 언론학자들의 지적이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지상파 독과점론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 방송 3사의 독과점을 해체해 사익 신문에 독과점권을 주겠다는 것은 이중 독과점을 부르는 자충수 논리”라고 반박했다. 신 전 교수는 “과점신문이나 대기업의 종편 진입은 기득권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서민의 목소리를 심각하게 위축시켜 여론다양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도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은 공적 규제로부터 오는 신뢰도와 영향력으로 독과점 폐해로 귀결되지 않는다”면서 “보도·종편 진입을 통한 지상파 약화는 공적 여론형성 기능을 특정 사적 권력에게 내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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