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회 안하면 제작 거부”
<한국방송>이 지난 봄 개편부터 시행하고 있는 ‘피디집필제’를 두고 작가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방송은 지난 4월말부터 ‘케이비에스 스페셜’ ‘걸어서 세계속으로’ ‘30분 다큐’ 등 11개 시사교양프로그램에 대해 피디가 직접 원고를 쓰는 비율을 강제할당하고 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케이비에스사태 비상대책위는 5일까지 사쪽에서 피디집필제를 철회하지 않으면 제작거부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대위는 2일 한국방송 쪽과 첫 대화에 나섰으나 입장 차만 확인했다.
한국방송은 피디집필제 시행의 명분으로 △프로그램의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 △피디역량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향후 한국방송 작가협의회와 논의를 거쳐 ‘소비자 고발’ ‘다큐3일’ 등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피디와 작가들은 이 제도가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피디와 작가의 협업체계에 균열을 내면서 프로그램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피디는 “기획에서 취재까지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 참여하는 작가의 배제는 현행 제작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현 경영진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힘빼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국면에서 (윗선에서 작가에게) ‘분노’라는 말을 쓰지 말고 중립적 언어를 쓰라고 했다”면서, “작가 없이 피디 홀로 제작한다면 통제가 더 수월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피디가 글을 쓰면 더 공정해질 것이라는 사쪽의 주장도 논란거리다. 한 부장급 피디는 “작가와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균형점이 찾아진다”고 말했다.
경비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작가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11월 임기종료를 앞둔 이병순 사장은 경영 수지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종숙 한국방송 작가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시청자를 위한 공영방송 경영진이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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