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제목·뉴스 전면에
방문자수 높이기만 급급
방문자수 높이기만 급급
네이버가 뉴스편집권을 언론사에 되돌려준 ‘뉴스캐스트’ 제도를 도입한 이후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황색 저널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네이버는 올초부터 초기화면의 뉴스상자 편집에서 손을 떼고 언론사 42개사가 자체적으로 편집한 뉴스상자를 차례로 노출시키고 있다. 해당 뉴스를 클릭하면 각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네이버에 쌓이던 방문자수(트래픽)을 뉴스제공자에게 나눠준 것이다.
이 제도 도입 이후 언론사 사이트의 방문자수는 크게 늘었다. 인터넷미디어 리서치기관 코리아클릭에 따르면, 네이버뉴스 페이지뷰는 2008년 12월 약 28억5천만에서 2009년 1월 13억600만으로 54.2% 급감했다. 반면 언론사 사이트는 2008년 12월 17억8천만 페이지뷰에서 2009년 1월 29억6천만으로 급증했다.
조회수가 이처럼 늘어났으나 네이버 ‘뉴스상자’의 언론사 사이트에는 선정적인 뉴스와 제목이 넘치고 있다. 어떤 기사와 제목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조회수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24일 오전 노출된 한 유력경제지 뉴스상자에 편집된 기사 12꼭지를 보면, 절반이 경제와 무관한 성적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을 달고 있다. ‘국회의원 의사당서 성관계’라는 제목을 클릭하면 ‘영 의원 의회서 속옷차림 여성과 밀회’했다는 제목의 토픽성 외신 뉴스가 뜬다. ‘여비서 다이어리는 살생부’ 기사를 누르면, 엉뚱하게도 ‘서서히 몸통 드러내는 박연차 리스트’라는 기사가 나온다. 일부 중앙지 또한 매체의 논조나 뉴스 경중과 상관없이 연예기사나 해프닝성 기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결여한 ‘낚시질 편집’은 해당 언론사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초 콘텐츠 제공 전체 언론사에 성인광고 삭제를 요청하는 등 이용자 불만을 담은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선정적이고 현혹적인 기사 제목을 뽑는 기만적 행동은 일시적인 트래픽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해당언론사와 해당 기자, 해당매체 전반에 대해 불신을 키우고 뉴스 수요자들의 신뢰를 잃게 하는 어리석은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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