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요구 땐 제출 의무화
문화부 진흥정책도 가져와
문화부 진흥정책도 가져와
지난달 14일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 등 28명(한나라당 24명, 친박연대 3명, 무소속 1명)은 ‘방송콘텐츠 진흥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의 뼈대는 방송콘텐츠의 규제와 진흥을 방송통신위원회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현재 규제정책은 방통위, 진흥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원화돼 있다.
방송콘텐츠 주무 부처의 역할을 명확히 한 측면은 있으나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금도 방송장악 논란의 소용돌이에 있는 방통위가 방송콘텐츠의 통제권까지 틀어쥐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법안을 보면 방통위는 직속기관으로 두도록 한,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한 사전심의기구 ‘방송콘텐츠진흥위’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원회 구성은 국무총리·방통위원장·기획재정부 장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천 각 1명, 국회 해당 상임위 추천 2명, 방송관련 협회 및 단체 추천, 방송통신위 추천 12명 이내로 하도록 규정했다. 방통위 추천 몫이 적시돼 있지 않아 방통위 추천 몫이 많게는 절반을 차지할 수도 있다. 방통위 통제가 얼마든지 가능한 대목이다.
‘방통위 요구시 콘텐츠 의무제출’ 조항도 독소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13조는 ‘방통위가 해당 콘텐츠의 목록과 원본 또는 사본 제출을 요청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대상은 지상파 등 모든 콘텐츠를 포괄한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목록, 원본, 사본이라는 표현으로 볼 때 취재수첩까지 제출하라는 ‘통제’ 목적이 강하게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로의 권한 집중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콘텐츠 진흥 업무는 문화부와 방통위가 아닌 제3의 기구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송콘텐츠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방송콘텐츠 공동제작단지 건립, 우수 제작인력 양성, 콘텐츠 수출 지원 등 독립제작사와 방송채널사업자(PP)의 열악한 제작 인프라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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