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매체, 정부 지원없인 생존 힘들어
‘정부 비판하면 지원 배제’ 길들이기 성격
‘정부 비판하면 지원 배제’ 길들이기 성격
공동체라디오 지원금 삭감
시민방송 공익채널서 탈락
지역신문지원액 대폭 축소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 직접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이런 방송을 내년부터는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에서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시민방송을 내년 공익채널 선정에서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이들 매체는 상업성과 무관한 비영리 미디어여서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수불가결한 존립 기반이다. 언론학자들은 이에 대해 “공동체의 다양성을 말살하고 여론 다양성을 훼손하는 조처”라고 비판했다.
시범사업 4년째인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민과 밀착된 목소리를 담아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대안매체로서 주목받아왔다. 공동체 라디오 8곳은 4년간 매달 500만원씩을 지원받아왔다. 운영재정의 40%인 이 돈이 끊기면 방송을 지탱하기 어렵다. 시민방송의 공익채널 탈락도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통위는 6개 분야 12개 채널(2009년 11개만 선정)을 공익채널로 뽑는데, 공익채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의무전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청자 참여 및 사회적 소수이익 대변 분야에서 시민방송 대신 법률방송이 선정됐다. <한국일보> 출신의 언론인 중심으로 지난해 문을 연 법률방송은 법률 무료상담 등을 하는 채널이다.
박윤규 방통위 방송채널정책과장은 “탈락한 시민방송의 경우, 자기자본 잠식이 심각해 회사로서 존립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고 평가 기준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경서 <시민방송> 사무처장은 “재무건전성 잣대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권에서는 이미 방송발전기금을 통해 시민 제작자에게 지급하는 돈줄을 사실상 막았고, 한나라당에서는 프로그램이 좌편향이라고 공격해왔다”며 합리성을 결여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지원 예산 132억원 삭감도 여론다양성을 훼손하는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문화부는 신문법과 지역신문발전특별법에 따라 2006년부터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통해 군소언론을 직·간접 지원해왔다.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융자와 사업비 포함)을 보면, 지역신문발전기금은 57억원이 줄어든 145억원이며, 신문발전기금 역시 75억원이나 줄어든 80억원이 책정됐다. 장행훈 전 신문발전위원장은 “직접 지원은 강한 매체가 아닌 약한 매체의 다른 의견이 유통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문화부 조처를 비판했다.
올해 13억원을 신문발전기금에서 지원받은 인터넷신문사들은 지원금을 공용서버 임대나 동영상 장비 대여 등 ‘공동 인프라’에 써왔으나 당장 몇 달 안에 장비를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은 “인터넷신문 지원 삭감은 총체적 인터넷 탄압의 연장선”이라며 “신재민 문화부 2차관이 인터넷신문은 정부광고를 주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임동욱 광주대 교수는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확보한 채널이자 보통 사람들의 방송 참여의 마당인 시민방송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공익채널이며, 공동체 라디오 지원 중단은 작은 공동체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문화부의 ‘예산 보이콧’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면 지원에서 배제하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며 “신문지원기구가 독임제로 통합된다면, 그야말로 규모별로 나눠 먹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시민방송 공익채널서 탈락
지역신문지원액 대폭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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