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기 관련 기사가 크게 늘어난 탓인지, 같은 날 신문 기사에 특정 전문가의 의견이 중복해서 등장하는 일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지난 27일치 <한겨레> 3면 머리기사, ‘“강만수 경질않는 대통령이 더 문제” 불신 폭발 직전’은 “강 장관을 바꾸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이 더 문제”라는 홍종학 경원대 교수의 지적을 인용했다. 기사에 짤막하게 인용된 홍 교수의 지적은 고스란히 제목으로 쓰였다. 이와 함께 같은 날 신문 27면에는 홍 교수가 쓴 ‘시장만능주의의 광기’라는 칼럼이 실려 있다.
24일치 신문에는 서로 다른 기자가 쓴 1면 머리기사와 4면 머리기사에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의 의견이 등장한다. 금융시장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는 1면 기사에는 “외화 유동성이 (국내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는 지적이, 한국경제가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내용의 4면 기사에는 ‘통화완화와 재정확대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1면 기사의 경우 권 실장 외에 세 명의 전문가 의견을 더 인용했고, 4면 기사는 다른 전문가 한 명의 의견을 더 소개했다.
한 명의 기자가 같은 면에 실린 두 개의 기사에서 같은 전문가를 중복 인용한 경우도 있다. 지난 13일치 4면 머리기사는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쓰면서, ‘북한이 내부 통제 차원에서도 남한을 비난 대상으로 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고유환 동국대 교수의 분석을 인용했다. 같은 기자가 쓴 같은 면의 상자기사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을 공개한 배경을 분석하면서 ‘김 위원장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고 교수의 의견을 두 명의 다른 전문가 의견과 함께 전달하고 있다.
지난 9월24일치 신문에도 전성인 홍익대 교수의 의견이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다룬 3면 머리기사와 금융규제 완화 관련 청와대 움직임을 다룬 6면 상자기사에 동시에 등장했다. 두 기사는 서로 다른 기자가 작성한 것인데, 3면 기사는 정부 관계자를 뺀 두 명의 전문가 의견을, 6면 기사는 전 교수 한 명의 의견을 실었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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