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은 12일 밤 '뉴스데스크'를 통해 <문화방송> 경영진이 '피디수첩' 광우병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명령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방침과 함께 사과방송 수용을 비판하는 노동조합의 입장을 보도하고 있다. <문화방송> 화면 촬영
노조·직능 단체 비판 성명 ‘봇물’
“경영진 ‘도둑방송’ 자행…20년 민주화 2분만에 무너트려”
“항소심·검찰 수사 악영향 우려…항소포기 의미면 파국뿐”
“경영진 ‘도둑방송’ 자행…20년 민주화 2분만에 무너트려”
“항소심·검찰 수사 악영향 우려…항소포기 의미면 파국뿐”
<문화방송> 경영진이 지난 12일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아들인 데 이어 책임자 보직해임이라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자, 사내 직능단체와 부문별 구성원들이 이에 항의하고 법원 정정보도 판결 항소 결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한목소리로 쏟아내고 있다.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문화방송 노조뿐 아니라 피디협회·기자협회·경영인협회·기술인협회·시사교양국 책임피디들 등은 각각 성명을 내어 “굴욕적인 사과방송”이라며 경영진을 성토하고 나섰다. 직군을 불문하고 구성원들이 한목소리로 분노의 공감대를 형성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앞으로 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와 검찰 수사에 대한 판단을 앞두고 있는 경영진이 정치탄압에 강경하게 맞서기를 주문하는 안팎의 목소리에 어떻게 부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교양국 피디들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작품인 ‘시청자 사과 명령’이 경영진의 독단에 의해 도둑방송된 것이며 피디수첩 팀장과 엠시를 경질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에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고 질타했다. 방송경영인협회는 “우리의 선배들이 20년 넘게 온몸을 바쳐서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방송 민주화의 업적은 단 2분여 동안에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이어 “국익과 국민의 건강권을 보도한 피디수첩은 언론 본연의 임무에 꼭 필요한 보도였는데도, 경영진은 정치권력의 압력과 보수언론의 거짓날조에 굴하지 말고 당당하게 비판하고 감시하라는 구성원과 국민의 염원을 한순간에 져버렸다”고 했다.
방송기술인협회과 편성본부 쪽은 사과방송이 사내의 방송운행 규정도 철저히 무시했다고 규탄했다. 기술인협회는 “방송운행 규정에는 방송운행 주무부서는 티비편성부, 책임자는 티비편성부장이라고 적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인협회는 “그러나 기술본부장이 사과 방송테이프를 직접 들고 자회사를 방문해 직접 플레이를 했다”며 이는 “다름 아닌 해킹방송이 경영진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편성본부 피디들도 “사과방송이 1분30초간 송출되는 그 순간, 편성책임자들 그 누구도 파행방송이 어디서 어떻게 송출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본사 경영진들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수치스럽고 참담했다”고 했다.
사과방송은 앞으로 남아있는 법원의 정정보도 항소심과 검찰 수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기자회는 “경영진은 이번 사과방송과는 별개라고 해명하지만 (법원 판결과 검찰 수사는)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서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보수언론들은 사과방송을 촛불정국을 정반대로 되돌리는 결정적인 도구로 악용할 것이며 실체적인 정의와 상관없이 ‘엠비시의 과오반성’으로 활자화 돼 역사적인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피디연합회도 “만약 검찰이 피디수첩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할 경우 이 또한 경영진이 즉각적으로 수용하지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며 “경영진은 공영방송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들 구성원들은 경영진들이 말한 ‘대승적 결단’과 ‘엠비시의 미래’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시사교양국 피디들은 “공영방송의 피디로서 해야할 일을 했던 동료들이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신성한 우리의 일터에 정치검찰의 하수인들이 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진정 엠비시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왜 검찰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으며, 이런 현실이 부끄럽지도 않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피디수첩 논란 매듭’이라는 경영진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것이 항소 포기를 의미한다면 남는 것은 파국뿐”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도 “피디수첩 보도의 정당성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우리 구성원의 자존심은 물론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간부인 시사교양국 책임피디들도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정파적 이해에 따라 내려진 방통위의 부당한 심의결과에 굴복한 경영진의 결정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피디수첩의 대의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사내외 모든 양심적인 세력과 함께 결연히 행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사교양국 피디들은 지난 13일 긴급 ‘마라톤 총회’를 통해 “항소를 포기한다면 제작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한 데 이어 14일 오전 엠비시 경영센터 1층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법원 항소와 검찰 수사에 대한 경영진의 분명한 대응”을 촉구했다. 노조 비대위는 18일 저녁 6시30분 조합원 총회를 열고, 법원 ‘항소’ 여부 결정에 대한 구체적 행동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회사 간부인 시사교양국 책임피디들도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정파적 이해에 따라 내려진 방통위의 부당한 심의결과에 굴복한 경영진의 결정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피디수첩의 대의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사내외 모든 양심적인 세력과 함께 결연히 행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사교양국 피디들은 지난 13일 긴급 ‘마라톤 총회’를 통해 “항소를 포기한다면 제작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한 데 이어 14일 오전 엠비시 경영센터 1층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법원 항소와 검찰 수사에 대한 경영진의 분명한 대응”을 촉구했다. 노조 비대위는 18일 저녁 6시30분 조합원 총회를 열고, 법원 ‘항소’ 여부 결정에 대한 구체적 행동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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