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쪽 “경영진 입장 밝히라” … 시사프로 ‘통제’ 강화도 불씨
<문화방송> 경영진이 12일 노조 반발에도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해 사과방송을 강행함으로써 노사가 대립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피디수첩’ 사태가 지금까지 문화방송과 정권과의 대립이었다면 사과 방송 이후 이 전선이 문화방송 노사 사이로 번진 것이다.
문화방송 내부에서는 경영진이 앞으로 검찰 수사와 법원의 정정반론보도 판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이 대립의 모양새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엄 사장이 밝힌 대로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통제’ 강화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노조는 13일 새벽 특보를 내고, 경영진의 사과방송 수용 결정에 대해 “엄기영 사장과 경영진은 엠비시 구성원 모두를 거센 풍랑 속으로 내던지며 자신들의 자리보전만을 위한 정치적 타협을 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하지만 노조는 특보에서 사장 퇴진 주장은 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박성제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의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은 묻겠지만 지금은 내부투쟁보다 외부와 맞서 싸울 때”라고 했다. 아직까지는 피디수첩에 대한 탄압을 매개로 방송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는 이명박 정부라는 외부와의 싸움이 더 긴박한 과제라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노조는 이날 특보에서 경영진을 향해 “피디수첩과 공영방송 수호를 위해 법원 판결과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사쪽은 이날 검찰이 피디수첩 쪽에 요구한 공개질의서 답변(13일 시한)에는 제작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응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는 더 나아가 사쪽이 법원의 정정반론보도 판결에 대해서도 반드시 항소(21일 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쪽은 이에 대해 “그때(시한) 가서 보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간부들이 개별적으로 임원들을 만나 자신들의 견해를 수용해줄 것을 설득하는 등 ‘여론전’에 치중할 방침이다.
회사 쪽이 밝힌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데스크 기능 강화 방침도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시사프로그램의 한 피디는 “지금 시사프로그램의 아이템 선택을 제약하려는 조짐이 있다”며 “경영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방송 민영화나 대기업의 지상파 진출 문호 확대 등 현 정권의 방송정책도 장기적으로 갈등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피디는 “정권에서 엠비시의 미래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재허가까지 거론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지만,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서 존재하는 방송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경영상 논리로 굴복한다면 앞으로 시사프로 제작은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 장악 및 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과 민주시민언론연합은 13일 성명을 내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사과 결정에 대한 문화방송 경영진의 재심 포기 결정에 대해 “독재정권에 무릎 꿇은 굴욕”이라고 비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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