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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회사쪽 주장 들어봐야” “논의 필요없고 각자 판단”

등록 2008-08-08 20:03

방송중립 ‘벼랑끝’
‘007작전’ 이사회 격론
사복경찰 100여명 호위 속
친여 이사 6명 뒷계단 입장

8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야당 성향 이사들은 방송법을 내세워 이사회가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할 수 없다고 버텼으나, 친여 성향 이사들은 정연주 사장 ‘축출’을 작정하고 나온 듯 일사천리로 안건을 밀어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친야 성향인 이기욱 이사는 감사원의 해임제청 요구가 초법적 조처라며 안건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해임제청 안건은 방송법상 이사회에서 처리할 권한이 없고 안건 상정 대상도 아니다. 해임권을 두지 않은 방송법 정신은 민주화의 성과를 반영한 소중한 규정으로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폈다. 또 “정 사장은 감사원법상 규정된 ‘현저한 비위’도 없다”며 “개인비리와 부패가 없는데도 감사원이 잘못 판단한 결정은 원천무효로 이사회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여 성향 이사 6명은 “방송법에 해임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감사원법에는 임용권자나 임용제청권자가 해임요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11시30분 무렵 안건 상정을 표결에 부쳤다. 이기욱 이사는 안건이 상정되자마자 항의 표시로 회의실을 박차고 나왔다.

이에 앞서 남윤인순 이사는 회의실에 입장하자마자 “이렇게 많은 공권력이 회의실 앞에 배치된 전례가 없다. 안건 상정 대상이 아닌 사안으로 무리하게 이사회를 밀어붙여서 그런 것 아니냐”며 유재천 이사장에게 “경찰력 철수”를 요구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이사 6명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사복경찰을 불렀다”며 철수시킬 수 없다고 했다. 남윤 이사는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이사회를 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한 뒤 퇴장했다.

두 이사가 퇴장한 뒤 이지영 이사는 한국방송과 감사원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회사쪽 인사를 출석시켜 감사원 주장의 진의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건을 회사에 통보도 안 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따졌다. 하지만 친여 성향 이사 6명은 “논의할 필요가 없고 감사원 내용은 각자 판단하면 된다”며 의사진행을 강행했다. 그러자 이 이사도 “거수기로 동원될 수 없다”며 12시께 퇴장했다. 5분 뒤 박동영 이사도 안건 상정은 원천무효라며 뒤따라 퇴장했다.

이들 퇴장 이사들은 “공영방송 최고의결기구의 독립성은 무너졌다”며 “방송 역사상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이사회는 회의실 입실부터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직원들의 농성을 막는다는 이유로 회의실이 있는 본관 3층 승강기와 모든 비상구가 봉쇄됐다. 아침 8시15분쯤 친여 성향 이사 6명은 한국방송 본관 지하주차장에서 사복경찰 100여명의 호위를 받으며 뒷계단을 통해 회의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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