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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한나라당 몰표’가 결국 언론공공성 위기 초래

등록 2008-08-05 01:05수정 2008-08-05 02:09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가 노골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후보시절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씨를 <와이티엔> 사장으로 내정한 데 이어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인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을 갈아치우기 위한 절차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한국방송> 이사진을 장악한 이명박 정권은 6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연주 사장의 해임 권고안을 상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오후 7시부터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이 주최한 ‘광장토론회-공영방송 KBS를 말한다’에선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음모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를 무력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방송장악·네티즌 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은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과 인터넷 표현의 자유 억압에 대항하고자 최근 전국 530여 개 시민사회, 학계, 언론계, 노동운동 단체 등이 결성했다.

‘공영방송 KBS를 말한다’ 토론회 주요내용

 



사회 : 성유보(범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장)
토론 :
채수현(언론노조 정책실장)-언론공공성의 위기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KBS는 좌파방송인가
노영란(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공영방송 KBS 평가(뉴스, 프로그램)
신태섭(전 KBS 이사·전 동의대 교수)-공영방송 KBS 평가(경영)

절대 다수 힘으로 ‘방송 장악’ 의도 분명

‘언론공공성의 위기’라는 주제로 발표한 채수현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지난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줘 언론공공성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채 실장은 “1997년과 2002년 대선 실패의 원인을 지상파 방송으로 보고 있는 한나라당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KBS1과 KBS2 분리, MBC 민영화, 신문-방송 겸영조항 철폐, 방송법 개정을 통한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국가기간방송법은 KBS 이사회를 폐지한 뒤 국회에서 추천한 9인이 참여한 경영위원회를 만들어 사장의 임명·해임 권한을 주도록 하고 있다”며 “사장 임명·해임권은 물론 예결산 승인까지 국회에 맡겨 사실상 의회 권력의 절대 다수를 점한 한나라당이 KBS를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KBS는 좌파방송인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정부, 입법부, 사법부는 물론 지방의회를 장악한 한나라당이 언론까지 장악해 완벽한 일당 독재국가로 가려고 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KBS와 MBC를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한나라당이 이데올로기적 우위를 차지했던 신문 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한나라당이 방송을 장악해야겠다는 강한 욕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통치능력이 없는 현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진행 중인 언론탄압과 방송장악 음모를 네티즌과 시민들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KBS ‘좌파·편파·부실’ 주장은 날조된 ‘허구’

KBS 모니터 활동을 해온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나 모니터, 학계의 다양한 연구결과를 보면, KBS가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민주주의와 사회공동체적 가치 등을 다른 공중파 방송에 비해 많이 보도하고 있다”며 “수년간 KBS가 영향력 1위 평가를 받은 배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스폰지>, <상상플러스 올드앤뉴>, <비타민>, <도전! 골든벨> 등 유익한 오락프로그램이 많이 늘었다”며 “<미안하다 사랑한다>, <꽃보다 아름다워>를 비롯 대하드라마와 실험성 있는 단막극 편성, <차마고도> 같은 시사·다큐 프로그램 등의 편성 등이 정 사장 취임 이후 성과”라고 평가했다.

노 위원장은 “매체간 상호비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KBS의 편파·좌파방송의 근거로 제시되는 <미디어포커스>의 역할은 오히려 중요하다”며 “독자수와 시장 장악력을 비롯, 시간과 상황에 따라 논조를 바꾸는 조·중·동을 감안할 때, 이들 언론이 이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좌파·편파방송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우리사회의 그린존’ 역할을 하는 공영방송의 안정적인 시스템 마련에 머리를 맞대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주장했다.

신태섭 전 KBS 이사(전 동의대 교수)는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끄집어 낸 게 부실·방만경영이지만, KBS는 정상적인 경영 범위 안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경영 황폐화는 이미지 조작으로,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이사는 “지난 5년간 누적적자가 1500억원이라고 하지만, 실제 수신료 인상을 목표로 공격적인 지출 확대 예산을 짠 2008년 예상적자율까지 포함시켰는데, 이는 어린 아이가 들어도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과도한 차입금 때문에 임금도 못 줄 형편이라는 괴담도 있지만, 부채율이 72.8%로 정상적인 범위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BS 기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 사장 취임 이후 정치적 압력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각종 기자상을 받은 것은 물론 프로그램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평가한 뒤 “정 사장의 해임은 내용상으로도, 절차적인 면에서도 진실성과 합리성이 없다”고 말했다.

신 전 이사는 이와 관련해 “지금은 시민들의 힘 밖에 없다”며 “각성하고 모여 진실을 바르게 알고, 언론 내부의 구성원들과 야당에서 분투하는 건전한 세력과 힘을 모아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막아내는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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