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통합돼 뉴미디어 새 심의잣대 필요
큰 틀 규제권한은 방통위에 있어 ‘종속’ 우려
큰 틀 규제권한은 방통위에 있어 ‘종속’ 우려
지난 15일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이 기구의 독립적 위상 확립과 역할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의 공공성 심의를 맡아 온 방송심의위원회와 통신산업의 불공정 행위 시정에 초점을 맞춰온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합쳐진 기구로 방송·통신·인터넷의 콘텐츠 심의를 맡게 된다. 심의위원은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6명으로, 대통령 추천 3명, 국회의장 추천 3명, 국회 소관 상임위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방송통신 시장의 글로벌화라는 추세를 감안할 때 내용규제(심의) 영역을 방통위에서 분리해 별도의 규제기구를 두는 큰 그림은 맞지만 방통심의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통위가 당장 맞고 있는 고민은 내용규제 방식이 전혀 달랐던 방송과 통신을 합해 하나의 일관된 심의기준을 설계해야 한다는 데 있다. 기존 아날로그 방송에 적용돼 왔던 심의기준을 그대로 갖고 갈 경우 방통융합의 경계에 있는 뉴미디어는 규제에서 누락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국진 미래미디어연구소장은 “공익성이라는 문제의 무게중심이 심의위로 옮겨왔다. 개별 심의에 앞서 사회적 합의체로서 역할모델을 강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방통위로부터의 독립적 관계 설정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기구에는 심의권한만 있고 집행권은 방통위에 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처분 권한을 방통위에 내맡긴다면 심의위는 민간독립기구로서 유명무실하다”며 “(심의위가) 법정기구라면 집행권한을 주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이나 통신, 인터넷의 사회적 기능이나 역할,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조에 대한 큰 틀의 내용 규제는 사실상 방통위에 권한이 있어 사실상의 ‘방통위 종속기구’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심의위는 개별 콘텐츠에 대한 사후판단을 할 뿐이지만 방통위의 의사결정력은 내용 규제와 정책, 주파수 할당 등 매우 크기 때문에 관여할 여지를 배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명진 위원장은 대통령 추천 인사로 “방송 내용의 공정성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내세웠다. 이에 강 교수는 “공정성은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 지는 것으로 심의위원이 방송에 대한 공정성의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공정성의 잣대가 정치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한편 강혜란 소장은 방통심의위의 역할에 대해 △정치적 표현과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확장시키고 △상업적 콘텐츠의 규제는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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