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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노숙 18년, ‘터미널맨’ 눈에 비친 세상

등록 2008-05-14 17:53수정 2008-05-15 10:10

영화 ‘터미널맨’
영화 ‘터미널맨’
[한겨레 창간 20돌] 스무살 이야기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의 ‘터미널맨’ 메란 카리미 나세리(66)는 1988년부터 꼬박 18년 동안 공항 대기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는 영국 유학 시절인 74년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체포·고문 끝에 고국 이란에서 추방당했다. 유럽 각국에 망명 신청을 했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그는 샤를드골 공항에 ‘정착’했다. 새벽 5시면 잠에서 깨 공항 화장실에서 샤워를 해결하는 등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일군 그의 삶은 2004년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나세리가 ‘갇혀’ 있는 동안에도 지구는 6570여 바퀴를 줄기차게 회전했다. 비록 그는 공항에만 머물러 있었지만, 오가는 여행객들의 풍경에서도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사라져간 것들
=새로 등장한 것들

‘터미널맨’ 눈에 비친 세상 #1
‘터미널맨’ 눈에 비친 세상 #1
#1 90년대까지만 해도 카세트테이프()는 ‘워크맨’과 더불어 가장 간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도구였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음질과 보존기능이 월등한 음악 시디(CD)가 대중화하고, 엠피3() 등 음악의 디지털 저장·재생 기술이 보편화한 탓이다. 미국에서 1990년 한해 동안 팔린 음악 카세트테이프는 4억4200만여개였으나, 2006년에는 0.15% 수준인 70만개로 떨어졌다.

전세계에 33억대의 휴대전화가 개통됐다. 66억 세계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 룩셈부르크의 보급률은 158%로, 사람보다 휴대전화 수가 더 많다. 13억 인구의 중국에도 5억대가 넘는다. 일반 유선전화망이 부실한 아시아·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선 오히려 곧장 휴대전화가 보편화됐다. 휴대전화 고리() 등 장식품마저 세계적인 시장을 형성했으며, 문자메시지()는 빼놓기 힘든 대화 수단이 됐다.

1995년 탄생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화()를 통한 세계시장의 단일화와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를 촉진했다. 애플의 중국 공장, 소니의 동남아 공장 등 다국적기업의 국외 공장은 대표적 산물이다. 유럽연합(EU)의 유로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자유무역협정 등은 역내 장벽을 낮췄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처럼 새로운 지역블록도 탄생했다.


1988년 여행객 워크맨 듣고 책 읽으며 담배도 뻐끔
2008년 여행객 MP3에 휴대폰…스타벅스 커피 홀짝

‘터미널맨’ 눈에 비친 세상 #2
‘터미널맨’ 눈에 비친 세상 #2
#2 20세기 후반 들어 빌 클린턴 행정부의 미국을 중심으로 간접흡연의 심각성이 본격 대두됐고, 흡연인구는 ‘격리’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는 흡연자들을 위한 ‘유리상자’가 등장했고, 비행기처럼 밀폐된 공간에서는 전면 금연이 실시됐다. 과거엔 대부분의 비행기에서도 흡연석()을 찾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이메일()과 블로그(), 온라인메신저() 등을 활용하면서 대화의 수단은 과거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 이를 가능케 한 디지털 기술은 90년대 후반 닷컴버블과 뒤이은 붕괴로 부침을 겪었다.

71년 미국 시애틀에서 탄생한 스타벅스()는 96년 일본 도쿄점을 필두로 세계시장 진출을 시작했고, 2007년 현재 44개국에 점포 1만5천여곳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커피체인점으로 성장했다. 세계 곳곳의 길거리를 가득 메운 ‘테이크아웃’ 커피숍은 새로운 문화로 떠올랐다.


‘터미널맨’ 눈에 비친 세상 #3
‘터미널맨’ 눈에 비친 세상 #3
#3 80년대 후반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반세기를 이어온 냉전은 마침표를 찍었다. 소련 공산당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85년 취임하면서부터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내세워 시장경제의 도입을 추진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노선에 반대한 보수파의 쿠데타가 91년 실패로 돌아가면서, 소비에트연방()은 해체됐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89년 민중시위 발발 열흘 만에 처형당했다. 같은 해 냉전의 상징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90년 독일은 통일했다. 중국·베트남 등 비유럽 공산권에서는, 옛소련·동유럽과 달리 정치체제를 바꾸지 않고 경제적 쇄신을 추구하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공산권의 공백은 이슬람이 대체했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없애버린 2001년 9·11 동시테러에, 미국은 보복성으로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을 내쫓았다. 뒤이어 이라크도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도 무너뜨렸다. 탈레반과 국제 이슬람주의 조직 알카에다()는 끊임없이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과거의 테러공격 사건에선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등이 주요 배후로 지목됐으나, 지금은 주로 이슬람주의 세력이 주인공으로 꼽힌다.

‘터미널맨’ 눈에 비친 세상 #4
‘터미널맨’ 눈에 비친 세상 #4
#4 우주는 여전히 인류를 유혹한다. 88년까지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나라는 22개국이었다. 지금은 44개국이 쏘아올린 3천여개의 위성이 궤도를 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자동차마다 인공위성의 도움을 받아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길안내를 맡은 것은 우주가 실현한 변화다.

지구는 뜨겁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가 90년부터 네 차례 발표한 보고서는, 지표면의 온도와 해수면의 상승 정도가 위협적인 수준이라고 경고하면서 그 원인으로 인류를 지목했다.

96년 태어난 복제양 돌리()는 많은 질병이 정복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게 했다. 노인들의 발기부전은 비아그라()로 극복됐다. 암은 여전히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인류는 철마다 감기에 걸린다. 95년 영국에서 첫 사망자가 기록된 이래 지금까지 2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광우병()도 세계의 걱정거리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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