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 20돌] 스무살 이야기
[아시아나항공]
1988년 12월23일, 승객 150명을 태운 보잉 737-400 항공기 한 대가 김포공항을 이륙해 김해공항으로 향했다. 항공기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해 2월 ‘서울항공’으로 출범한 아시아나항공은 같은해 12월10일 첫번째 항공기를 도입해 이날 역사적인 첫 취항에 나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출범은 우리나라 항공운송 역사의 새 장을 여는 것이었다. 복수 민간항공사를 통한 본격적인 경쟁체제 도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민간항공사를 출범시킨 지 20여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하늘길을 양분하면서 이후 20년 동안 우리나라 항공사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세계 유수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90년 이후 우리나라 항공운송 산업은 국제여객과 국제화물 분야에서 매해 평균 8.2%와 9.3%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항공 서비스라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항공사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힘입어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항공기 67대를 보유하고, 18개국 도시 65곳, 82개 노선을 취항하는 중견 항공사가 되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이라는 거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국제 항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차별화된 고품격 서비스’였다.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객실 승무원으로 일해 온 이동호씨는 “규모·시설·노하우 등에서 대한항공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사람에 대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며 “대한항공 승무원보다 서너 배 더 기내를 돌고, 더 밝은 표정으로 맞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보안요원 역할을 수행하던 남자 승무원을 객실 서비스에 투입한 것도 아시아나항공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대한항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회사와 직원들의 고통분담으로 이겨낸 것도 지금의 아시아나항공을 가능하게 했다. 어려운 경영상황 때문에 당시 모든 직원이 1년에 한달 이상을 무급으로 휴직했고, 신입사원도 입사를 1년간 미뤘다. 그 덕에 아시아나항공은 별다른 구조조정 없이 위기를 견뎌냈다. 회사와 직원들 사이에 믿음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더 밝게, 더 친절하게’ 고객 서비스 차별화 20년만에 매출 90배…성장전략찾기 과제 아시아나항공이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스타얼라이언스와의 전략적 제휴가 보탬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항공사 네트워크 3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스타얼라이언스와 2003년 3월에 손잡고 마일리지 공유, 라운지 공동사용, 스케줄 공동관리 등을 추진했다. 그사이 아시아나항공의 외형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6505억원으로 창립 당시 424억원보다 무려 90배 가까이 커졌다. 2007년에는 창업 이후 최초로 주주 배당을 하기도 했다. 출범 20년을 맞는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비상을 꿈꾼다. 이제 당당히 “우리의 경쟁상대는 대한항공이 아닌 싱가포르항공”이라고 말할 정도다. 강주안 사장은 연초 올해를 “500년 영속 기업의 기반을 다지는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매출 4조원 돌파, 5년 연속 흑자경영 실현, 3년 연속 주주배당을 하는 수익경영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아시아나항공은 또 지난 2월14일 부산국제항공의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국내 저가 항공에 발을 내디뎠다. 지난 3월에는 숙원사업이었던 파리 취항도 시작하며 본격적인 장거리 노선 공략에도 나섰다. 뚜렷한 시장 전략의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프리미엄 경쟁에 나설 것인지, 저가 항공사와의 틈새시장을 노릴 것인지 포지셔닝이 불분명하다”며 “이젠 20년 동안 성장해 오면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시장변화에 맞는 과감한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항공운송업계는 항공운송 자유화, 저가 항공사 출현 등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성장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요구되고 있다. 또 앞으로 20년은 중국·일본 등 동북아 역내 시장에 대처해 경쟁력을 키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강주안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이 2년 연속 파이브 스타 항공사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지만, 유지는 더 어렵다”며 직원들에게 “차별화된 고품격 서비스 개발과 최고의 안전을 위한 노력”을 요구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하늘길을 양분하면서 이후 20년 동안 우리나라 항공사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세계 유수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90년 이후 우리나라 항공운송 산업은 국제여객과 국제화물 분야에서 매해 평균 8.2%와 9.3%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항공 서비스라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항공사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힘입어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항공기 67대를 보유하고, 18개국 도시 65곳, 82개 노선을 취항하는 중견 항공사가 되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이라는 거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국제 항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건 ‘차별화된 고품격 서비스’였다.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객실 승무원으로 일해 온 이동호씨는 “규모·시설·노하우 등에서 대한항공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사람에 대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며 “대한항공 승무원보다 서너 배 더 기내를 돌고, 더 밝은 표정으로 맞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보안요원 역할을 수행하던 남자 승무원을 객실 서비스에 투입한 것도 아시아나항공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대한항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회사와 직원들의 고통분담으로 이겨낸 것도 지금의 아시아나항공을 가능하게 했다. 어려운 경영상황 때문에 당시 모든 직원이 1년에 한달 이상을 무급으로 휴직했고, 신입사원도 입사를 1년간 미뤘다. 그 덕에 아시아나항공은 별다른 구조조정 없이 위기를 견뎌냈다. 회사와 직원들 사이에 믿음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더 밝게, 더 친절하게’ 고객 서비스 차별화 20년만에 매출 90배…성장전략찾기 과제 아시아나항공이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는 스타얼라이언스와의 전략적 제휴가 보탬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항공사 네트워크 3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스타얼라이언스와 2003년 3월에 손잡고 마일리지 공유, 라운지 공동사용, 스케줄 공동관리 등을 추진했다. 그사이 아시아나항공의 외형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6505억원으로 창립 당시 424억원보다 무려 90배 가까이 커졌다. 2007년에는 창업 이후 최초로 주주 배당을 하기도 했다. 출범 20년을 맞는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비상을 꿈꾼다. 이제 당당히 “우리의 경쟁상대는 대한항공이 아닌 싱가포르항공”이라고 말할 정도다. 강주안 사장은 연초 올해를 “500년 영속 기업의 기반을 다지는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매출 4조원 돌파, 5년 연속 흑자경영 실현, 3년 연속 주주배당을 하는 수익경영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아시아나항공은 또 지난 2월14일 부산국제항공의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국내 저가 항공에 발을 내디뎠다. 지난 3월에는 숙원사업이었던 파리 취항도 시작하며 본격적인 장거리 노선 공략에도 나섰다. 뚜렷한 시장 전략의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프리미엄 경쟁에 나설 것인지, 저가 항공사와의 틈새시장을 노릴 것인지 포지셔닝이 불분명하다”며 “이젠 20년 동안 성장해 오면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시장변화에 맞는 과감한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항공운송업계는 항공운송 자유화, 저가 항공사 출현 등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성장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요구되고 있다. 또 앞으로 20년은 중국·일본 등 동북아 역내 시장에 대처해 경쟁력을 키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강주안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이 2년 연속 파이브 스타 항공사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지만, 유지는 더 어렵다”며 직원들에게 “차별화된 고품격 서비스 개발과 최고의 안전을 위한 노력”을 요구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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