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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보수언론 ‘최시중 구하기’…색깔론 펴며 의혹 흐리기

등록 2008-03-12 15:16

5년전 KBS 사장 서동구씨 내정엔 ‘대통령의 사람’ 융단폭격 퍼붓더니…
조선 등 인사검증 ‘이중잣대’ 넘어 이념공세
중앙 “방송 독립성 걱정 안해도 돼” 감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몇몇 보수신문들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관련 보도가 논란을 빚고 있다. 언론 본연의 권력감시 기능 실종에다, 부동산 투기의혹 등을 색깔론으로 몰려는 논점 왜곡이 나타난다.

■ 이념 공세로 초점 흐리기=언론·시민단체와 야당 등은 “선거캠프 좌장이었던 인물을 기용한 것은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가 뚜렷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등 그에 관한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보수신문에선 검증 보도를 찾기 어렵다.

대신에 조선은 11일치 ‘좌파 총공세의 무대가 된 방통위원장 인사 검증’이라는 사설을 통해 적극적으로 최 내정자 보호에 나섰다. 사설은 “야당의 공세에 호응해서 일부 좌파적 신문과 전 정권 내내 좌파 정권의 홍보 역할을 떠맡았던 일부 방송, 그리고 이들의 동조 세력에 장악된 일부 언론단체가 최 후보자에 대해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를 통해 대대적 검증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는 공직자 검증을 이념공세로 왜곡시킨 것으로 읽힌다. 이어 사설은 부동산 투기 의혹과 위장 전입 등에 대해서도 최 후보자의 소명자료 위주로 언급했다.

이에 앞서 중앙도 8일치 6면 머릿기사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능력에 대한 검증 여부를 넘어 미디어 권력 쟁탈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여야 합의로 선진국형 기구를 만들어놓고는 또다시 후진적인 이데올로기 공방에 빠져 있다”고 적었다.

우리 언론은 그동안 진보·보수 논조와 관계없이 공직자 검증 보도에 큰 관심을 쏟아왔다. 따라서 조중동의 최 후보자 관련 보도·논평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사 검증을 이념 공세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성공회대 교수)는 “최 후보자가 우파여서 반대하는 게 아닌데 보수언론이 좌파의 반격이니 공세니 하며 색깔론으로 덧칠하고 있다”며 “자신들 주장의 논거가 비합리적이다 보니 손쉽게 대중의 호응을 얻기 위해 이념몰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5년 전과 다른 이중잣대도 문제=참여정부 초기에 서동구씨가 한국방송 사장으로 내정되자,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도 2003년 3월24일치 ‘대통령의 사람을 다시 KBS 사장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으로 임명 제청키로 의결한 서동구씨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언론 고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임자가 아니다. … ‘대통령의 사람’이 KBS 사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동아 사설도 “공영방송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이다. … 그런 인물이 사장에 임명될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장은 주요 공영방송 경영진을 인선하며 방송사 경영·편성 전반을 감독한다. 한국방송 사장보다 더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과 자질을 요구받는다. 따라서 조중동의 최근 보도는 ‘이중잣대’ 논란을 낳는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달 29일 ‘동·조·중, 언론 자격 없는 방통위원장 내정자 보도’라는 논평을 냈다. 논평은 “언론 장악 음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 인사에 대해 일부 언론의 보도는 미흡하기 그지없다”며 “특히 보수신문들은 이명박 초대내각 인선 잡음에 흠집을 더하기 두려워선지 사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 2월27일치 8면 기사가 이런 보도 흐름의 예가 된다. 이 기사는 최 내정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등의 경력을 들면서 “정치판을 읽는 눈이나 여론을 파악하는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는 정치권의 ‘호의적 분석’을 전했다.

중앙도 3월3일치 5면 “언론인·여론조사 두 직업 거쳐 방송의 독립성 걱정 안 해도 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는 “단순히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업무능력과 공정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견해를 돋보이게 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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