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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방통위 ‘권력 병풍’ 삼나

등록 2008-02-28 21:26수정 2012-01-26 17:24

전국언론노조, 방송인연합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전국언론노조, 방송인연합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방통위원장 최시중 내정설…거센 반발
‘이대통령 후견인, 제방되고 병풍 되겠다더니…’
방송·통신 독립성 훼손 가능성…전문성도 논란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을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장관급)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현업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신설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본보기로 해서 만든 기구로,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한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방송〉 이사 추천,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방송사 인허가 등의 권한을 행사한다. 또한 아이피티브이 및 인터넷 이용에 관련된 각종 정책의 틀을 만들며, 사업자 인허가도 관장한다. 즉 인쇄매체를 제외한 영역, 특히 기술 진보에 따라 점차 영역이 넓어지는 대다수 언론·문화·디지털 영역에 대한 정책을 총괄하고 주요 인사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

언론단체들이 이번 인선을 비판하는 것은 이러한 기구 특성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정치적으로 ‘장악’한 데 이어,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비롯한 주요 언론 기관장을 줄줄이 ‘정치적으로 임명’해 나갈 가능성이 예견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 내정자는 이 대통령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이고,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과는 서울대 입학 동기(57학번)다.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캠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른바 ‘6인회’ 멤버로 활동했다. 이상득 부의장, 이재오 최고위원 등 최측근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본디 동아일보 출신으로 한국갤럽 회장을 지냈다.

최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멘토’(정신적 후견인)로도 불린다. 이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었을 때 “정치 공백을 만회하고 대통령에 도전하려면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고, 2002년 6월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엔 “대선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경쟁 상대는 인물과 언변, 나이 등으로 볼 때 정동영 의원”이라고 정확히 예측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국가정보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 6~7개 요직에 두루 거론됐고, 최근엔 한나라당 비례대표 제의설도 있었다. 그는 요직에 마음을 비웠다는 비유로 “물이 넘치면 (이 대통령의) 제방이 되고, 바람이 불면 (이 대통령의) 병풍이 되겠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결국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통위원장 자리로 귀착될 듯하다.

언론단체들은 최 내정자를 반대하는 이유로 참여정부 첫해 한국방송 사장으로 임명됐던 서동구(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씨 사례도 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지낸 서씨는 2003년 3월 한국방송 사장에 임명됐지만 ‘정치성’ 논란에 휩싸여 열흘 만에 물러났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당시 서씨는 언론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며 “이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인인 최씨 역시 마찬가지로 부적격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학회 회장인 한진만 교수(강원대 신문방송학)는 “새 방송통신 제도의 관건이 정치적 독립성인데 이런 식으로 한다면 앞으로 방통위원이나 방송사 사장이 되려는 사람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며 “정치권 관여 인사들은 위원장은 물론 방통위원으로도 선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동훈 황준범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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