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마지막날인 지난 8일 저녁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방송위 관계자들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나라당 제출 법안 살펴보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21일 국회에 제출됐다. 법안을 보면,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로 나뉘어 있던 방송·통신 관련 정책과 인허가·심의 규제를 일원화하여 업무를 맡게 돼 있다. 인수위가 주장했던 합의제가 아닌 독임제 성격과 곳곳에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독소조항이 담겨 국회 방송통신특위에서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방송인총연합회는 22일 한나라당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 합의제냐 독임제냐=이번에 한나라당이 내놓은 방통위 설립법안의 위원회 구성은 5명의 상임위원으로 되어 있다. 상임위원만 5명으로 하는 안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본보기로 하고 있다. 현재 방송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4명 등 모두 9명이다. 현재의 비상임위원은 논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로비 등에 노출되어 되레 논의 흐름을 꼬이게 할 수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방송통신위가 5명의 상임위원제를 채택한 데는 이런 측면의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위원장은 장관급으로서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다. 방송위 형태의 사무총장제를 없애고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들이 사무처를 직접 관할하도록 했다. 위원 임명과 관련해서는 위원장 등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 교섭단체와 협의를 거쳐 국회의장의 추천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정부·여당 몫이 최대 4명이 되어 방송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국회 방통특위 위원인 대통합민주신당 정청래 위원은 “방통위원 5명 가운데 대통령이 1명 추천하고 여당 2, 야당 2의 비율에 위원장은 호선으로 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방송통신을 장악하려 한다면 국회가 거수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날을 세웠다. 문효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도 “대통령 직속이면서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하여 2명을 임명하는 구조는 독임제 요소가 강해 인수위가 주장해온 합의제와는 거리가 있는 무늬만 합의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방송위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 명분을 중시해 입법, 사법, 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위원회로 존재해 왔다. 언론노조는 위원회 구성과 관련하여 “합의제 위원회 설치는 위장전술이었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한 저의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받는 방통위원회가 되기 위해서는 “상임위 전원을 국회에서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노조는 방통위의 업무가 대부분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 아래 있고 예산은 기획예산처의 통제를 받는 점을 들어 “방통위의 독립성을 무색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방송인총연합회도 “인수위가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방송통신위의 위원 구성을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도록 만들었다”며 “무늬만 합의제인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 설립법안을 즉각 철회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새 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심의기능은 별도 민간기구로=방송과 통신 내용을 심의하는 기능은 방통특위 산하의 ‘방송통신정책심의위원회’라는 별도의 민간기구에서 처리한다. 이는 참여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해 1월 국회에 제출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안’과 유사한 내용이다. 심의위는 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기능을 맡는다. 구성은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모두 9명이다. 방송위 사무처 직원의 신분 문제와 고용승계는 앞으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송위원회의 직원은 모두 205명이다. 사무처 직원은 민간인이어서 기구 통합이 되면 심의위로 가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신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번 법안에서 직원 신분은 방송통신 직렬의 일반직 공무원으로 못을 박았다. 그러나 방송위 노조는 21일 성명을 내어 “방송통신위원회는 민간인과 공무원이라는 이질적인 신분질서 체계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인사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며 사무처의 신분은 특정직 공무원이 적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방송위 사무처 직원의 특별채용이나 고용승계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거대 기구 방통위의 인적 구성을 두고 정통부와 주도권 다툼도 예상된다. 방통위 총원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정통부 출신 ‘통신인력’이 수적으로 더 많아지면서, 방송통신기구에 걸맞지 않은 업무의 쏠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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