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의 기자회견에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와 관련해 언론인 사찰을 규탄하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뼈대로 한 신문법의 대체입법 추진이 급부상하면서 미디어운동 진영과 학계가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여건과 기술적 요인의 변화를 고려하면서도 ‘여론 다양성’이란 가치를 지켜나갈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진 까닭이다.
학계·시민단체 “안전판부터” 새 접근
한나라당 개정안 방지조항 ‘시늉’ 우려
대형신문사 케이블 진출로 교두보 마련
중소신문사는 채널 특화해 수익성 모색 ■ 운동진영·학계 논의=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주요 언론운동 단체들의 현재까지 공식 입장은 신문법 ‘사수’이다. 현행 신문법이 언론개혁운동의 산물이며, 혼탁해진 신문시장을 살리고 여론 다양성을 보장할 최소한의 장치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방송 겸영 문제에 대해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포괄적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학계·시민단체 인사들 사이에선 여건변화의 현실성을 들며 새로운 접근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거대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하면 여론의 확대 재생산의 우려가 있어서 겸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여론 쏠림의 방지가 전제된다면 매체 간에 서로 넘나드는 것을 막는 것은 시장논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진보성향 언론학술단체인 언론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다.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미디어 간의 경계는 완화하더라도 시장 지배력 저지와 다양성은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한다”면서 주류 매체가 여론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을 나눠 교차 소유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지역별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여서 한 지역의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는 그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만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외국제도를 원용하자는 이야기다. 문효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만약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더라도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시민들의 미디어 주권이 향상된다는 전제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한나라당 법안의 문제점=물론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에도 여론 독과점 방지 장치가 없지는 않다. 2006년 12월 정병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개정안은 “전년도 월평균 전국 발행부수가 전체 20%를 넘는 신문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업자 및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사업을 할 수 없다”는 단서를 16조에 붙였다. 그러나 정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의 경우도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17%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대형 신문사들은 모두 종합편성 또는 보도편성 채널을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즉 한나라당 개정안에 담긴 여론 독과점 방지 조항이 시늉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신문사들의 방송진출 현황=대형 신문사들은 이미 케이블채널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조선일보는 관계사인 디지털조선일보를 통해 지난해 4월 케이블채널 <비즈니스엔>을 세웠다. 재테크나 인터넷 뉴스서비스, 영상물제작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99년에 케이블채널인 <중앙방송>을 설립했다. 중앙방송은 교양다큐멘터리 위주의 프로그램들을 다루는 큐채널, 역사를 다루는 히스토리채널, 골프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신문사는 진작부터 사설 등을 통해 신문·방송 간 제한 없는 겸영 허용을 주장해왔다. 양대 경제지인 한국경제신문과 매일경제신문도 이미 방송에 진출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증권 경제정보를 다루는 <한국경제티브이>의 지분을 37.7% 소유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93년에 <매일경제티브이>(엠비엔)을 세웠다. 경제뉴스로 특화한 보도채널이다. 반면에 중형 규모 신문사들은 보도 또는 종합편성 채널보다는 특정 장르 채널에서 수익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7월 성공인생, 별난인생 등을 다루는 <석세스티브이> 주식을 30% 인수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해 10월 패션전문채널 <동아티브이>를 인수했다. 이름도 <헤럴드동아티브이>로 바꿨다. 인터넷언론사로 출발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머니투데이도 영화케이블채널인 미디어맥스(엠시엔)의 지분 80%를 지난해 11월 인수하여 방송법인 머니투데이네트워크(MTN)을 세웠다. 서울경제도 지난달 말 <무협티브이>라는 무협영화 전문 케이블채널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한나라당 개정안 방지조항 ‘시늉’ 우려
대형신문사 케이블 진출로 교두보 마련
중소신문사는 채널 특화해 수익성 모색 ■ 운동진영·학계 논의=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주요 언론운동 단체들의 현재까지 공식 입장은 신문법 ‘사수’이다. 현행 신문법이 언론개혁운동의 산물이며, 혼탁해진 신문시장을 살리고 여론 다양성을 보장할 최소한의 장치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방송 겸영 문제에 대해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포괄적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학계·시민단체 인사들 사이에선 여건변화의 현실성을 들며 새로운 접근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거대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하면 여론의 확대 재생산의 우려가 있어서 겸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여론 쏠림의 방지가 전제된다면 매체 간에 서로 넘나드는 것을 막는 것은 시장논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진보성향 언론학술단체인 언론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다.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미디어 간의 경계는 완화하더라도 시장 지배력 저지와 다양성은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한다”면서 주류 매체가 여론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을 나눠 교차 소유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지역별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여서 한 지역의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는 그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만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외국제도를 원용하자는 이야기다. 문효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만약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더라도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시민들의 미디어 주권이 향상된다는 전제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한나라당 법안의 문제점=물론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에도 여론 독과점 방지 장치가 없지는 않다. 2006년 12월 정병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개정안은 “전년도 월평균 전국 발행부수가 전체 20%를 넘는 신문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업자 및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사업을 할 수 없다”는 단서를 16조에 붙였다. 그러나 정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의 경우도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17%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대형 신문사들은 모두 종합편성 또는 보도편성 채널을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즉 한나라당 개정안에 담긴 여론 독과점 방지 조항이 시늉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신문사들의 방송진출 현황=대형 신문사들은 이미 케이블채널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조선일보는 관계사인 디지털조선일보를 통해 지난해 4월 케이블채널 <비즈니스엔>을 세웠다. 재테크나 인터넷 뉴스서비스, 영상물제작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99년에 케이블채널인 <중앙방송>을 설립했다. 중앙방송은 교양다큐멘터리 위주의 프로그램들을 다루는 큐채널, 역사를 다루는 히스토리채널, 골프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신문사는 진작부터 사설 등을 통해 신문·방송 간 제한 없는 겸영 허용을 주장해왔다. 양대 경제지인 한국경제신문과 매일경제신문도 이미 방송에 진출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증권 경제정보를 다루는 <한국경제티브이>의 지분을 37.7% 소유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93년에 <매일경제티브이>(엠비엔)을 세웠다. 경제뉴스로 특화한 보도채널이다. 반면에 중형 규모 신문사들은 보도 또는 종합편성 채널보다는 특정 장르 채널에서 수익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7월 성공인생, 별난인생 등을 다루는 <석세스티브이> 주식을 30% 인수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해 10월 패션전문채널 <동아티브이>를 인수했다. 이름도 <헤럴드동아티브이>로 바꿨다. 인터넷언론사로 출발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머니투데이도 영화케이블채널인 미디어맥스(엠시엔)의 지분 80%를 지난해 11월 인수하여 방송법인 머니투데이네트워크(MTN)을 세웠다. 서울경제도 지난달 말 <무협티브이>라는 무협영화 전문 케이블채널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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