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누나 에리카 김을 출연시킨 것과 관련해 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결정을 받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이 "선거방송심의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5일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 규정 제7조 1항(이하 객관성 관련 규정)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3조 4항(이하 범죄사건 보도 등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선집중'에 주의 결정을 내렸다.

'시선집중' 제작진은 10일 밝힌 공식 입장문에서 "'시선집중'은 에리카 김이 주장한 어떠한 내용도 사실이라고 확정하지 않았으며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다"면서 "방송 다음날인 23일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출연해 동일 시간, 동일 분량으로 에리카 김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펼치게 하는 등 균형을 지켰다"며 객관성 관련 규정을 어겼다는 선거방송심의위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해당 인터뷰에서는 김경준의 주가조작 행위를 정당화한 그 어떤 내용도 찾아볼 수 없으며, 그런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주의 결정을 내렸다면 그 부분을 정확히 적시해줄 것을 선거방송심의위에 요청한다"면서 "이번 인터뷰는 유력 대선후보의 도덕성 검증과 관련된 것이며 범죄사건 보도 등 관련 규정도 이번 주의 조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선집중' 측은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이번 결정에 대한 공식 통지를 받으면 곧바로 집행정지와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22일 에리카 김을 전화로 인터뷰하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지난달 19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장면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MBC '시선집중'과 함께 선거방송심의위의 '주의' 조치를 받은 KBS 1TV 시사기획 '쌈' 측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KBS 노동조합은 10일 '선거방송심의의 첫째 기준은 국민의 알 권리여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할 선거방송심의위가 정치권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면서 "선거방송심의위는 '시선집중'과 달리 제작진에게 최소한의 소명 기회를 주기는커녕 제재 조치를 위한 심의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이어 "선거방송심의위의 이 같은 태도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권의 이해만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거나 기계적인 균형을 이유로 방송사들의 보도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결코 선거방송심의위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영현 강종훈 기자 cool@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