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대선박스’엔 주류언론 입맛 고스란히
민언련 대선뉴스 모니터
인터넷의 사회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포털들이 대통령선거 뉴스를 전달하면서 특정기사를 과도하게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보수후보들 노출 빈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 등 4개 포털의 인터넷사이트를 10월29일부터 11월9일까지 2주일간 하루에 5차례 모니터한 결과를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그동안 포털뉴스들은 특정후보 띄우기 등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이회창등 보수후보들에 조명 쏠려
정책보다 동정·판세…BBK의혹 등 겉치레
“의제설정 영향력 커…사회적 책임 따라야” ■ 주요기사 선택 땐 조회수 높다=이번 조사는 포털뉴스의 메인화면에 있는 ‘뉴스박스’와 ‘대선기획’(대선 기사를 뉴스박스에서 서비스하지 않은 네이버의 경우)을 동시 분석하였다. 모니터 결과 뉴스박스나 대선기획 기사 건수는 모두 423건이었다. 하루 평균 상위 5건씩으로 고른 ‘가장 많이 읽은 기사’는 모두 189건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뉴스박스에 올라온 기사 423건 가운데 ‘가장 많이 읽은 기사’는 전체 79건으로 18.7%나 됐다. 이는 포털의 뉴스박스나 대선기획 부문에 오르면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상위 5위 안에 들어가는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이른다. 네이버의 경우 하루 제공받는 기사가 1만여건이 넘어서 주요기사로 올라가는 비율은 극히 일부일 수밖에 없다. 즉, 포털은 뉴스박스 편집을 통해 실제 의제설정 기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언련과 공동조사를 하여 별도의 논문을 발표한 송경재 경희대 연구교수는 “포털뉴스는 서비스 실시과정에서 게이트키핑을 통해 기사를 선별적으로 선택과 강조, 부각이라는 편집권을 행사한다”며 “선거보도에서 데스크나 에디터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호·불호를 선택한다면 기존 언론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이명박·이회창 후보에 집중=네이버를 제외한 3개 포털사 ‘뉴스박스’의 후보별 기사량을 분석한 결과, 이명박 후보 관련 보도는 98건(36.7%), 이회창 후보 65건(24.3%), 이명박+이회창 후보는 26건(9.7%), 정동영 후보 11건(4.1%), 이명박+정동영 후보 11건(4.1%) 순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후보+이회창 후보의 보도까지 합치면 두 후보와 관련된 기사의 비중이 70%가 넘는 것으로 나왔다. 민언련 이희완 인터넷정보관리부장은 “이 기간 주요 이슈가 이회창 후보의 출마와 비비케이 의혹보도임을 감안하더라도 정동영·권영길·이인제·문국현 4명의 후보를 합친 기사량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형평성을 잃은 편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명박 후보를 다룬 보도가 검증보다는 동정이나 판세분석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주류 후보의 담론이 포털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보수후보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포털들이 정책보도를 의제화하는 데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네이트가 후보들의 정책보도를 눈에 띄게 전달하고 있으며, 다음은 사이트에 정책부문을 따로 만들어 의미있는 진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댓글을 폐쇄하고 정치 토론장으로 일원화했던 네이버는 선거운동을 시작한 11월27일부터 정치기사 개별 댓글을 다시 재개했다.
민언련 이희완 부장은 “포털이 취사선택한 기사가 의제 설정에 중요한 몫을 하면서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부는 포털의 공정성 확보와 언론피해 구제를 위해 뉴스박스 내 콘텐츠 편집·배열 기준을 공개하도록 권고한 바 있으나 포털들은 아직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정책보다 동정·판세…BBK의혹 등 겉치레
“의제설정 영향력 커…사회적 책임 따라야” ■ 주요기사 선택 땐 조회수 높다=이번 조사는 포털뉴스의 메인화면에 있는 ‘뉴스박스’와 ‘대선기획’(대선 기사를 뉴스박스에서 서비스하지 않은 네이버의 경우)을 동시 분석하였다. 모니터 결과 뉴스박스나 대선기획 기사 건수는 모두 423건이었다. 하루 평균 상위 5건씩으로 고른 ‘가장 많이 읽은 기사’는 모두 189건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뉴스박스에 올라온 기사 423건 가운데 ‘가장 많이 읽은 기사’는 전체 79건으로 18.7%나 됐다. 이는 포털의 뉴스박스나 대선기획 부문에 오르면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상위 5위 안에 들어가는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이른다. 네이버의 경우 하루 제공받는 기사가 1만여건이 넘어서 주요기사로 올라가는 비율은 극히 일부일 수밖에 없다. 즉, 포털은 뉴스박스 편집을 통해 실제 의제설정 기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언련과 공동조사를 하여 별도의 논문을 발표한 송경재 경희대 연구교수는 “포털뉴스는 서비스 실시과정에서 게이트키핑을 통해 기사를 선별적으로 선택과 강조, 부각이라는 편집권을 행사한다”며 “선거보도에서 데스크나 에디터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호·불호를 선택한다면 기존 언론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이명박·이회창 후보에 집중=네이버를 제외한 3개 포털사 ‘뉴스박스’의 후보별 기사량을 분석한 결과, 이명박 후보 관련 보도는 98건(36.7%), 이회창 후보 65건(24.3%), 이명박+이회창 후보는 26건(9.7%), 정동영 후보 11건(4.1%), 이명박+정동영 후보 11건(4.1%) 순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후보+이회창 후보의 보도까지 합치면 두 후보와 관련된 기사의 비중이 70%가 넘는 것으로 나왔다. 민언련 이희완 인터넷정보관리부장은 “이 기간 주요 이슈가 이회창 후보의 출마와 비비케이 의혹보도임을 감안하더라도 정동영·권영길·이인제·문국현 4명의 후보를 합친 기사량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형평성을 잃은 편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명박 후보를 다룬 보도가 검증보다는 동정이나 판세분석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주류 후보의 담론이 포털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보수후보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포털들이 정책보도를 의제화하는 데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네이트가 후보들의 정책보도를 눈에 띄게 전달하고 있으며, 다음은 사이트에 정책부문을 따로 만들어 의미있는 진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댓글을 폐쇄하고 정치 토론장으로 일원화했던 네이버는 선거운동을 시작한 11월27일부터 정치기사 개별 댓글을 다시 재개했다.
민언련 이희완 부장은 “포털이 취사선택한 기사가 의제 설정에 중요한 몫을 하면서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부는 포털의 공정성 확보와 언론피해 구제를 위해 뉴스박스 내 콘텐츠 편집·배열 기준을 공개하도록 권고한 바 있으나 포털들은 아직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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