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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네이버 대선기사 댓글 봉쇄 “여론 족쇄”

등록 2007-10-18 15:04수정 2007-10-24 14:04

정치 기사 댓글이 선거법을 위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며, 정치 기사에 한해 네티즌의 댓글작성을 규제하고 있다는 공지문이 기사 하단에 달려 있다. 네이버 화면 캡처
정치 기사 댓글이 선거법을 위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며, 정치 기사에 한해 네티즌의 댓글작성을 규제하고 있다는 공지문이 기사 하단에 달려 있다. 네이버 화면 캡처
심층토론 유도한다지만…
‘정치 토론장’에 한데 묶고 ‘대선방’도 따로 안 둬
비방·지지 거르기보다 아예 참여공간 쪼그라뜨려
<네이버>에서 ‘박철-옥소리 이혼소송’ 기사에는 있는데, ‘2007 대선’ 기사에는 없는 것은?

인터넷 기사의 특징인 ‘댓글’이다. <네이버>가 대선 100일을 앞둔 지난달 10일부터 대선일인 12월19일까지 정치 기사에 대한 개별 댓글을 없애는 대신 개별 기사의 댓글을 ‘정치 토론장’으로 일원화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네이버는 “누리꾼들이 개별 기사에 단편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선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누리꾼들이 공직 선거법 위반 사례를 막기 위함”이라고 개편 취지를 밝혔지만, 인터넷에서 여론 형성의 주요한 도구였던 ‘댓글’을 막았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네이버는 정치 기사의 댓글은 막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 기사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 네이버는 ‘박철-옥소리 부부 파경’ 기사 등 개인의 인신공격이나 명예훼손 가능성이 큰 연예기사에 대한 댓글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네이버의 정치기사 댓글 폐쇄는 이중적 잣대인 동시에 유권자의 탈정치화를 부를 우려가 높다. ‘정치 토론장’으로 정치 기사에 대한 댓글이 일원화되면서 누리꾼들은 대선 및 정치 기사의 경우 각 당의 후보자 지명에 이어 공약, 후보 및 선대위 활동 등 개별 사안에 대한 비판 등의 의견을 펼 수 있는 장을 잃었다. 인터넷 여론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뜨거웠지만 네이버는 2002년 대선, 2004년 탄핵·총선 등 정치적 공방의 국면에서 정치기사에 댓글을 감춘 적이 없다. 오히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인터넷 기사댓글에 대해 예전과 달리 정부쪽의 각종 ‘예방장치’가 가동중인 상태다.

정보통신부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기간 동안 실명제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명제나 본인확인제도 적용하지 않던 시절에도 댓글을 유지해오던 네이버가 정부쪽의 예방조처가 가동되는 데도 ‘공직 선거법’을 이유로 댓글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네이버가 정치나 선거 기사 댓글에 대한 블라인드 기능을 강화해 인신공격과 인권침해, 욕설 및 비방, 특정 후보 지지 글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공직 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네이버는 대선을 100일 앞둔 지난달 10일부터 정치·대선 관련 개별기사에 대한 댓글 쓰기를 없앴다. 대신 정치토론장으로 토론방을 일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정치기사 댓글 중단 관련 누리꾼의 비판글.
네이버는 대선을 100일 앞둔 지난달 10일부터 정치·대선 관련 개별기사에 대한 댓글 쓰기를 없앴다. 대신 정치토론장으로 토론방을 일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정치기사 댓글 중단 관련 누리꾼의 비판글.

네이버는 ‘대선에 대한 심층적 토론’을 위해 ‘정치기사 댓글’을 없애고, ‘정치토론장’으로 일원화했다고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심층적 토론’은 어려워 보인다.

네이버는 정치기사에 대한 댓글을 없애면서 ‘정치토론장’으로 묶었다. 하지만, 정치 토론방에서 ‘대선에 대한 심층적 토론’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국정감사 등 대선과 상관 없을 수 있는 기사들까지 ‘정치토론장’으로 일원화돼 한 주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오갈 수 있는 분위기 자체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 대선에 대한 수많은 의견과 토론이 오로지 하나의 토론방으로 묶였다. 때문에 각 후보자별 토론도 불가하고, 각 정당별 토론도 이뤄질 수 없다. ‘한반도 대운하’나 ‘교육 평준화’ 등과 같은 대선에서 주요한 정책적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서도 토론이 불가능하다. 네이버의 정치토론장에는 ‘대선토론‘ 방도 따로 있지 않다. 반면 네이버뉴스의 이용자 규모보다 훨씬 소규모의 뉴스사이트들도 각 정당별은 물론 ‘17대 대선’ ‘국회·여야’ ‘노무현대통령’ 등의 소분류 토론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네이버의 ‘정치 섹션 댓글, 정치 토론장으로 일원화’ 공지문에는 17일 오후까지 이런 비판 댓글이 580여개 달렸다.

“법에 맞추려는 노력은 이해가 가지만, 이건 민주주의의 후퇴입니다, 운영자님.”(‘hisrain’)

“네티즌의 눈과 귀를 막는군요. 기사에 대해 비판과 참여가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토론이 있는 겁니다. 이건 한데 모아놓고, 어떤 글에 대한 내용인지도 알수도 없고.”(‘unoya80’)

“어이가 없다. 네이버가 빅브라더를 자처하는구나. 정보통제의 사회를 추구하는구나”(‘sisyphus78’)

“네티즌 선거법 위반을 걱정한다면 편향된 뉴스와 교묘한 짜집기를 일삼는 네이버도 정치 기사를 다루지마라.”(‘lovemajo’)

전문가들도 비판적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방과 교수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통망법)’ 등 게시판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높아지고, 포털을 통한 댓글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확산이 배경인 것 같다”며 “선거의 공정관리나 여론의 질서, 불필요한 노이즈를 막는 측면에서 정치 토론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인식하고, 자기의 의견과 비교해보면서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정치와 참여를 높이는 정기능도 있는데, 정치 참여의 공간 자체가 축소됐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최진순 한경미디어연구소 기자는 “네이버는 선거를 앞두고 사전에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댓글을 없앴는데, 신정아 관련 기사나 남북 정상회담 등 정부 정책 등의 기사도 모두 선거와 관련된 뉴스라고 봐도 된다”며 “정치뉴스의 댓글 일원화가 현실적으로 힘든 구조인데,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라고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댓글이 뉴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쉽게 보여주고, 소통하는 장치인데, 포털에서 댓글이 갖고 있던 위상이나 가치가 축소돼 여론으로서의 다양한 기능을 왜소화·무력화돼 원래의 위상과 취지를 상실했다”며 “댓글이 갖는 여론으로서의 기능과 소통창구로의 기능을 제대로 복원하도록 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포털의 댓글을 언론사의 각 사이트로 넘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보팀 노수진씨는 “이용자들이 댓글을 쓸 때, 즉각적인 감정과 생각을 옮겨 적는 경우가 많은데, 대선 관련 댓글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쓸 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의미에서 댓글을 없앴다”며 “댓글 같은 의견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raquo; 네이버에 실린 탤런트 박철씨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연예인 스캔들에 관련된 각종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그득하지만, 정치 관련 기사의 댓글이 차단된 것과 달리 네이버에서는 그대로 노출되어 게시된다.
» 네이버에 실린 탤런트 박철씨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연예인 스캔들에 관련된 각종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그득하지만, 정치 관련 기사의 댓글이 차단된 것과 달리 네이버에서는 그대로 노출되어 게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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