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부처 출입기자들이 국정홍보처의 기사송고실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기자실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대부분 자리가 비어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기자실 폐쇄 첫날 표정
국정홍보처가 11일 기존 부처별 기사송고실의 인터넷 회선을 차단하는 등 사실상 강제 폐쇄에 들어가자 기자들이 이에 저항하는 공동 행동을 모색하고 있어 당분간 정-언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무관심하거나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언론단체들은 이번 갈등이 언론의 취재접근권이라는 본질적 문제라기보다 기자실 공간이라는 지엽적인 문제라며 기자들의 버티기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홍보처 인터넷 차단, 기자들 출근투쟁=홍보처는 이날 합동브리핑센터로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와 과천청사 등에 남아 있는 11개 부처 기사송고실의 모든 인터넷 회선을 차단했다. 기사 송고를 어렵게 해 기자실 이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끊기자 분통과 불만을 터뜨리긴 했지만 전날 기자실 폐쇄가 예고됐던 탓에 일부 기자들은 별도의 무선장비를 이용해 기사를 송고했다. 미처 장비를 준비하지 못한 기자들은 전화선을 이용했지만 느린 속도 때문에 애를 먹었다.
기자들은 이어 각 출입처별로 회의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재경부 출입기자들은 이날 오전 10시에 예정된 권오규 부총리의 정례브리핑을 거부했고, 브리핑실에 와 있던 권 부총리는 급히 브리핑을 취소하고 자리를 떴다.
한편 이런 반발 기류 속에 “취재접근권 제한 논란이 일었던 총리훈령이 백지화된 마당에 더 이상 기자실 이전을 거부할 명분이 없지 않느냐”는 일부 기자들의 목소리는 묻혀 가고 있다. 중앙행정부처에 출입하는 한 기자는 “기자실을 옮기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이전한다고 취재에 제한이 생긴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렇다고 굳이 총대를 멜 필요가 있겠느냐. 주변 기자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먼저 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 냉담한 국민 반응, 본말 전도 비판도=양쪽의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회사원 정현진씨(37)는 “관심도 없고, 한두 개면씩 이를 보도하는 신문을 보는 것도 짜증난다”며 “언론사는 자기 편익을 위해 국민의 알 권리로 포장하는 것이고,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그저 따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도 이 사안을 바라보는 하나의 바로미터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엠파스가 8월24일부터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11일 오후 2시 현재, 네티즌 1064명 가운데 930명(87%)이 기자실 통폐합 등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134명(13%)이었다.
언론단체는 다소 엇갈린 시각을 보였지만, 정부와 기자들 모두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발로 뛰어야 할 기자들이 기자실이라는 지엽적 공간 문제를 놓고 버티기를 하는데 뭘 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는 “정부는 좀더 언론인들을 설득하면서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언론 현업인들도 언론 통제라는 명제만 내세우며 버티는 것은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정부가 추진해왔던 기자실 개혁 방향이 있고, 그 부분에서 언론계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조정하고 양보했다”며 “저희로선 기자들이 무엇을 더 요구하고 있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문현숙 기자 miso@hani.co.kr
이재명 문현숙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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