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대표자들이 지난 달 20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입술에 반창고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한 뒤, 이 후보의 거듭되는 ‘여성 비하’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조중동, 2004년 정동영 ‘노인폄하’ 발언 보도 140여건 쏟아내더니
민언련, 정치지도자 ‘문제 발언’ 보도 이중잣대 분석
민언련, 정치지도자 ‘문제 발언’ 보도 이중잣대 분석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최근 각종 ‘문제 발언’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상당수 보수 신문들이 아예 못 들은 척하고 있다. 이 신문들은 과거 대통령 선거나 총선거 무렵에 여권 인사들의 문제발언을 매우 상세히 크게 보도한 바 있어, 이중잣대 논란을 낳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1월부터 9월30일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등 여섯 신문을 상대로 이명박 후보의 문제 발언과 관련한 보도 분량을 분석해 이를 2002년 대선 때 및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보도와 비교했다.
2002년 노무현 ‘깽판’ 발언때도 30여건 보도
“정치적 고려 따라 편파적 보도 큰 문제” 지적 1월부터 9월30일 사이에 이명박 후보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8월28일),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장애인 비하’ 5월12일) 등의 ‘문제 발언’을 쏟아냈다. 가장 문제가 심한 ‘마사지걸’ 발언과 관련해 조선과 중앙은 기사와 칼럼, 사설을 통틀어 아예 한 꼭지도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민언련 분석에서 나타났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주요 여성단체들이 이 발언과 관련해 “후보자의 여성 의식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한 차례는 공개질의서를, 또 한 차례는 한나라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벌였으나 조선·중앙 등은 이들의 공식적인 움직임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동아는 9월21일치에 ‘마사지걸’ 발언의 사건 자체는 보도하지 않고 ‘이명박 지지 성적표와 설화’라는 제목의 사설을 1건 다뤘다. 사설은 “경선 때 관기 발언으로 비판받더니 또 마사지걸 발언으로 설화를 자초했다”고 단순인용하면서 언급했다.
장애인 비하 발언은 이 후보가 5월12일치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는 (낙태를) 반대하는데,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 직후 주요 장애인단체들은 이명박 후보가 ‘장애인은 태어나선 안 될 존재’로 비하했다고 비판하면서 그의 사무실 점거농성 등을 벌였다. 이에 이 후보 쪽은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공식 사과했고, 장애인단체는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조선은 장애인 단체 등의 움직임을 보도하지 않다가 며칠 뒤 이 후보의 해명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간단히 보도했다. 5월21일치 조선일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근 자신의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된 데 대해 ‘이해가 부족했거나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이 후보는 “대학교수들이 노조법안을 추진하는 데 충격받았다”(5월7일 서울 파이낸스포럼 초청강연), “오케스트라 연주가도 한달에 한두 번 연주하면 나머진 자유시간”(5월16일 한국방송 단박인터뷰) 등의 ‘노동자 비하발언’도 했다. 해당 발언이 나올 때마다 노동단체들은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런 일련의 노동자 비하 발언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민언련은 분석했다. 또 이 후보는 5월 광주 정책비전대회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곳으로 옮기거나 투기를 목표로 (집을) 옮기는 것은 정부가 그렇게 관여할 일이 아니다. 세금만 잘 받으면 된다”라고 말해 부동산 투기 옹호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선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등이 모두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민언련 분석결과 나타났다. 민언련 김언경 모니터 부장은 “대통령후보의 부동산정책과 관련한 주요 철학이 담긴 발언을 언론들이 왜 다루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또 “장애인 비하, 여성 비하, 노동자 비하, 충청도 비하 등의 내용이 담긴 해당 발언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가치관과 도덕성을 가늠할 성격이며, 단순한 말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며 “후보자가 부적절한 언행을 보이면 언론이 적절한 비판을 해야 하는 데 조중동은 축소보도나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문종대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 대통령 후보 발언을 보도하면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데도 정치적 고려에 따라 차별된 검증 기준으로 편파적 또는 불공정하게 다루고 있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어땠나 상당수 보수 신문들의 최근 대선보도 태도는 과거 노무현 후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문제 발언’을 다뤘던 태도와 크게 대비된다. 노 후보는 대통령 선거국면인 2002년 5월28일 인천 정당연설회에서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깽판쳐도 괜찮다. 나머지는 대강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라고 연설했다. 이 발언은 취지와 무관하게 ‘깽판’이란 말을 놓고 품격 논란을 빚었다. 당시 조선은 9건, 중앙 6건, 동아 15건, 한겨레 8건, 경향 8건의 기사를 취급했다. 정 의장은 2004년 총선 유세 당시 대학생 기자 인터뷰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놓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 의장은 그 직후 발언을 공식 사과했다. 이때 조선은 45건, 중앙 43건, 동아 51건, 한겨레 32건, 경향 37건의 기사를 취급했다. 각 신문의 보도 건수 합계에는 사건 발생 기사, 상대 정파의 비판 등 정치적 논쟁을 중계보도하는 성격의 기사, 다른 칼럼이나 사설을 쓰면서 최초의 문제발언을 재인용하는 형식의 기사 등이 두루 포함됐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정치적 고려 따라 편파적 보도 큰 문제” 지적 1월부터 9월30일 사이에 이명박 후보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8월28일),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장애인 비하’ 5월12일) 등의 ‘문제 발언’을 쏟아냈다. 가장 문제가 심한 ‘마사지걸’ 발언과 관련해 조선과 중앙은 기사와 칼럼, 사설을 통틀어 아예 한 꼭지도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민언련 분석에서 나타났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주요 여성단체들이 이 발언과 관련해 “후보자의 여성 의식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한 차례는 공개질의서를, 또 한 차례는 한나라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벌였으나 조선·중앙 등은 이들의 공식적인 움직임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동아는 9월21일치에 ‘마사지걸’ 발언의 사건 자체는 보도하지 않고 ‘이명박 지지 성적표와 설화’라는 제목의 사설을 1건 다뤘다. 사설은 “경선 때 관기 발언으로 비판받더니 또 마사지걸 발언으로 설화를 자초했다”고 단순인용하면서 언급했다.
장애인 비하 발언은 이 후보가 5월12일치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는 (낙태를) 반대하는데,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 직후 주요 장애인단체들은 이명박 후보가 ‘장애인은 태어나선 안 될 존재’로 비하했다고 비판하면서 그의 사무실 점거농성 등을 벌였다. 이에 이 후보 쪽은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공식 사과했고, 장애인단체는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조선은 장애인 단체 등의 움직임을 보도하지 않다가 며칠 뒤 이 후보의 해명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간단히 보도했다. 5월21일치 조선일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근 자신의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된 데 대해 ‘이해가 부족했거나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이 후보는 “대학교수들이 노조법안을 추진하는 데 충격받았다”(5월7일 서울 파이낸스포럼 초청강연), “오케스트라 연주가도 한달에 한두 번 연주하면 나머진 자유시간”(5월16일 한국방송 단박인터뷰) 등의 ‘노동자 비하발언’도 했다. 해당 발언이 나올 때마다 노동단체들은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런 일련의 노동자 비하 발언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민언련은 분석했다. 또 이 후보는 5월 광주 정책비전대회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곳으로 옮기거나 투기를 목표로 (집을) 옮기는 것은 정부가 그렇게 관여할 일이 아니다. 세금만 잘 받으면 된다”라고 말해 부동산 투기 옹호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선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등이 모두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민언련 분석결과 나타났다. 민언련 김언경 모니터 부장은 “대통령후보의 부동산정책과 관련한 주요 철학이 담긴 발언을 언론들이 왜 다루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또 “장애인 비하, 여성 비하, 노동자 비하, 충청도 비하 등의 내용이 담긴 해당 발언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가치관과 도덕성을 가늠할 성격이며, 단순한 말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며 “후보자가 부적절한 언행을 보이면 언론이 적절한 비판을 해야 하는 데 조중동은 축소보도나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문종대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 대통령 후보 발언을 보도하면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데도 정치적 고려에 따라 차별된 검증 기준으로 편파적 또는 불공정하게 다루고 있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료:민언련
과거에는 어땠나 상당수 보수 신문들의 최근 대선보도 태도는 과거 노무현 후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문제 발언’을 다뤘던 태도와 크게 대비된다. 노 후보는 대통령 선거국면인 2002년 5월28일 인천 정당연설회에서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나머지는 깽판쳐도 괜찮다. 나머지는 대강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라고 연설했다. 이 발언은 취지와 무관하게 ‘깽판’이란 말을 놓고 품격 논란을 빚었다. 당시 조선은 9건, 중앙 6건, 동아 15건, 한겨레 8건, 경향 8건의 기사를 취급했다. 정 의장은 2004년 총선 유세 당시 대학생 기자 인터뷰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놓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 의장은 그 직후 발언을 공식 사과했다. 이때 조선은 45건, 중앙 43건, 동아 51건, 한겨레 32건, 경향 37건의 기사를 취급했다. 각 신문의 보도 건수 합계에는 사건 발생 기사, 상대 정파의 비판 등 정치적 논쟁을 중계보도하는 성격의 기사, 다른 칼럼이나 사설을 쓰면서 최초의 문제발언을 재인용하는 형식의 기사 등이 두루 포함됐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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