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첫 ‘소유·경영 분리’…“사회적 책임 관철이 관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내세운 에스비에스의 지주회사제가 마침내 길이 열렸다. 에스비에스는 4일 서울 목동 사옥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안’을 전체주주 94% 출석률에 출석주주 100%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지주회사 설립안은 올 2월 주총에서도 상정되었으나 반대파의 결집으로 무산되었다. 이 안에 강력하게 반대했던 2대주주 귀뚜라미그룹이 얼마 전 에스비에스 지분을 대폭 처분하면서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에스비에스는 이날 회사 분할안이 통과되자 지주회사 전환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신설 투자법인으로 지주회사인 에스비에스홀딩스와 기존 법인인 방송 부문 에스비에스로 나뉘는데 에스비에스홀딩스와 에스비에스의 자본금 분할 비율은 0.3 대 0.7이다. 홀딩스는 변화하는 매체환경에 대비해 미디어그룹으로서의 기획과 신규사업 등 전략적 업무를 추진하고, 방송 부문은 방송제작과 편성에 집중하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도록 했다.
방송사에서 지주회사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온미디어와 시제이홈쇼핑 등 케이블방송이 있으며 지상파 방송으로서는 에스비에스가 처음이다. 이 안은 바람직한 민영방송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사와 시청자위원회로 구성한 에스비에스 민영방송특별위원회가 권고한 안이었다.
방송계에선 에스비에스가 지주회사로 변신하게 되면 방송의 공익성 확대와 이익의 일정 부분 사회 환원 등 민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스비에스 경영진 쪽은 “민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다지는 첫 출발점”이라면서 “지주회사가 되면 방송사는 보이지 않는 규제나 무언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민단체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의 투명성이라는 차원에서 기대가 높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지상파 방송의 지주제 전환은 자본의 직접적 개입이나 이해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긍정 평가를 했으나 “상업방송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잘 관철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스비에스는 방송법에 따라 법인의 분할과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지주회사의 출범은 내년 초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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