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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기자실’ 합친다면서 ‘취재’제한하고 “선진화”

등록 2007-08-23 20:20수정 2007-08-24 14:43

한나라당 김주호, 이병석, 이주영, 최구식, 박찬숙 의원(오른쪽부터)이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실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러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기자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김주호, 이병석, 이주영, 최구식, 박찬숙 의원(오른쪽부터)이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실행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러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기자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갈등 터져나오는 ‘취재 선진화’

정부가 본격 시행에 들어간 ‘취재지원 선진화 시스템’을 놓고 복잡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계 내부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정치권까지 가세해 정치·이념논쟁으로 비화하는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선진화 시스템’의 진짜 문제점은 무엇이며, 왜곡·과장된 측면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한 세 가지 핵심쟁점을 추려 옳고 그름을 가린다.

① 모든 취재 홍보관 통해야?
“기자접촉 미리 알려라” 정부 ‘정보통제’심화


‘선진화방안’이 취재관행을 변화시키는 두 축은 기자실 통합과 ‘공무원 취재 제한’이다. ‘통합브리핑센터’는 지난 13일부터 서울 광화문과 과천의 두 정부종합청사에 개설돼 운영 중이다. 기자실 통합에 대해서도 기자들 사이에 반발이 있다. 그러나 기자들이 더욱 심각하게 여기는 문제는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정보 통제’가 심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무원 취재 제한’은 국정홍보처에서 만들어 현재 법제처에서 검토 중인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총리 훈령)이 9월 초 최종 확정되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부처 공무원에 대한 전화 취재에는 제한이 없으며 대면 취재는 해당 공무원과 사전 약속을 한 뒤 사무실로 찾아가 만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은 ‘공무원의 언론 취재 활동 지원은 정책홍보담당부서와 협의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자의 모든 전화 취재와 대면 취재를 홍보관리관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강호천 국정홍보처 홍보팀장은 “취재 요청을 받은 공무원은 홍보관리관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특히 정부의 공식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홍보관리관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면 취재는 합동브리핑 센터나 장관이 지정한 장소에서 가능하고, 사무실에서 만나려면 취재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방문증을 발부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강 팀장은 이에 대해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답변이 이루어져야 국민의 혼선을 줄일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정부에서는 ‘한 목소리’가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기자와 공무원 양쪽 모두에 심리적 위축과 활동 제약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기자가 누구와 통화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정부쪽에서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기록으로 남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무원의 ‘입’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브리핑을 통해 이미 발표된 내용 외에는 말하기를 꺼리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언론을 통한 다양한 정보유통을 축소시키고, 정책개발 과정의 공론 형성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언론이 정부 정책을 비판적으로 다룰 때, 일차적 정보나 시각의 단서를 정부 내부자한테서 찾았던 예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추진하려는 정책을 미리 알아내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는 기사도 이런 내부 취재의 결과물이었다.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정책정보 대부분이 행정부에 독점·집중되어 있어, 이에 따른 공론 위축 가능성은 더욱 큰 편이다. 결국 정부의 방안은 취재 ‘선진화’가 아니라 언론의 취재기회가 축소되고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제약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경찰청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따라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별관 1층에서 기사송고실과 브리핑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경찰청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따라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별관 1층에서 기사송고실과 브리핑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② 기자단 목소리 타당한가? ‘취재접근권 문제’ 한정땐 설득력

정부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본격 시행하면서 일선 부처 기자단의 반발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자단의 목소리는 보편성이 떨어져 관성과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처럼 비치는 면도 있다.

지난 16일 노동부 기자단이 정부 방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낸 이후, 20일 건설교통부, 21일 정보통신부, 22일 보건복지부·과학기술부 기자단도 잇따라 반대 성명을 냈다. 교육부 기자단도 24일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낼 예정이다. “공무원에 대한 취재를 크게 제한하는 정부의 방안을 철회하라”는 게 이들 주장의 공통 분모다.

하지만 기자단별로 내세우는 논리를 보면 “건교부는 중앙행정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문제점이 많아서” “정통부는 통신요금이나 정보기술 부문 정책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복지부는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민생 현안을 다루는 부처여서” “과학 대중화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서” 등 보편타당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들 기자단은 정부 방안대로라면 기존의 부처 기사송고실에서 지리적으로 떨어진 통합브리핑센터로 옮겨가야 하는 처지다. 그러다 보니 기존 기자실 중심의 ‘편의’를 유지하고자 하는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는 경찰 기자들이 합리적인 비판을 통해 경찰서의 애초 방침을 바꾼 것과 비교된다. 경찰청이 지난 14일 공개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초안은 종전까지 자유로웠던 기자들의 경찰서 출입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기자들은 “경찰서는 다른 중앙행정기관과 달리 일반 시민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민원기관의 성격이 강하다”며 “일반 시민도 출입하는 곳을 기자만 못 들어가게 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론을 꾸준히 제기했다. 타당성 있는 비판이 힘을 얻자 경찰은 일선 경찰서에선 형사계 등 일부 부서의 출입을 자율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나아가 기존처럼 출입 제한을 아예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통상부 기자단과 정부와의 의견 접근도 주목된다. 외교부는 이전부터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이 제한돼 있어, 사무실을 방문하려면 사전약속이 필수였다. 이런 취재관행이 이미 정착돼 있었기에 기자단이 정부에 요구한 ‘현 수준의 취재접근권’은 정부 방안과 괴리가 크지 않았다. 기자단은 구체적으로 사전 약속을 통한 사무실 방문과 대면접촉 허용 등을 요구했고, 국정홍보처는 “이를 보장하겠다”고 답했다. 기자단이 현실적인 취재접근권 문제로 한정해 접근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③ 5공식 프레스카드의 부활? 일부언론 ‘침소봉대’ 비틀기 눈살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총리 훈령)의 기자 등록·출입증과 관련한 조항에 대해 일부 언론이 5공화국 당시 ‘프레스카드 부활’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공격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22일치 1면에서 “언론말살 정책”이라는 표현을, <조선일보>는 23일치 3면에서 “유신·5공식 언론통제 … 정부가 기자 인증소인가”라며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23일치 1면에 ‘노 정권의 언론탄압, 민주주의가 위태롭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내 정부의 이번 조처를 “언론을 향한 무지막지한 테러”라고 규정하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출입증 발급 조항을 5공 군부정권의 프레스카드제와 비교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 ‘왜곡·과장 보도’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정부청사관리소에서 해오던 정부청사 출입증 발급 권한을 국정홍보처로 옮긴 것에 불과한데 언론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던 프레스카드제인 양 비틀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스카드’란 5공 때 언론기본법을 근거로 문화공보부에 등록된 신문·방송·통신사의 기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이었다. 실제 프레스카드제가 도입된 것은 유신독재 때인 1972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71년 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관변 성향이 강한 한국신문협회가 이를 지지하는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대한 성명서’를 채택하고 프레스카드제 실시를 결의한 뒤 문화공보부가 72년 2월부터 프레스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5공 군사정권까지 이어지다가 87년 6·29 선언을 계기로 폐지됐다.

86년 ‘보도지침’을 폭로한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는 23일 “5공 당시에는 모든 보도에 검열이 있었다. 검열 거부운동을 하거나 비판적 성향의 기자들은 문화공보부가 프레스카드를 발급하지 않아 주로 내근만 했다”고 말했다. “기자 성향에 따라 맘에 들지 않으면 자의적으로 발급을 거부”하는 기자 통제 수단으로 악용된 것을 정부 출입증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5공과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침소봉대’라고 지적했다. “5공화국 당시는 언론탄압이고 확실한 언론통제였다. 보도행위가 맘에 들지 않으면 사람을 죽이고 구속하는 물리적 행위를 가했었다”며 “이번 조처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방선규 국정홍보처 홍보협력단장은 논란이 빚어진 취재지원 기준안 22조 출입증 발급 이의신청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등록 거부나 취소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 아니라 행정상 실수가 있어 빠진 기자 등의 구제조처”라고 해명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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