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대선후보 공개지지’ 논란 재점화
찬 “유권자 참여 도와”…반 “공정성 훼손”
17대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언론의 지지후보 공개표명을 둘러싼 논란이 물위로 떠올랐다. 특히 상대적으로 ‘운신’이 자유로운 인터넷언론에 대해서는 특정후보 공개 지지를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찬반 공방이 다시 불거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임종일 위원은 지난달 25일 ‘인터넷언론 대선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벌써부터 조중동을 중심으로 특정후보 밀어주기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언론까지 이념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꾼의 진지로 스스로 전락하고 있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인터넷매체부터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은 2002년 대선때 <오마이뉴스>의 예를 들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노무현 후보를 공개지지하자고 내부 구성원 의견을 모으다가 다른 사정 때문에 주간 종이신문(언론매체로서의 법적 지위)으로 등록했다. 그 결과 특정 후보 공개 지지도 법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순수 인터넷매체 지위만 유지했다면 후보 지지표명을 했을 법도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언론이 신문법에 따라 언론으로 인정되어 후보지지도 공직선거법으로 금지되었음을 그는 지적했다. 인터넷언론이 자유롭게 지지 표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법적 제약이 생긴 셈이다. 이에 따라 임 위원은 인터넷언론에서라도 이런 법적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시민의 신문> 소속)도 사실보도와 의견을 밝히는 사설·칼럼을 구분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색깔이 있는 매체 가운데 특정후보 밀어주기나 띄워주기를 음성적으로 하면 유권자가 후보를 제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차단할 수 있다”며 따라서 기계적인 형평성보다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을 하되 허위사실을 보도할 경우는 강력한 심의로 제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30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본디 저널리즘은 정파적 역사에서 출발하였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면 사상의 공개시장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인터넷언론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종이신문들도 지지후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언론의 후보 지지표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언론이 지지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면 선거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 중립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언론인 <뷰스앤뉴스> 박태견 대표는 “온라인언론들의 역사는 짧다. 모든 사안에 정체성을 명확히 갖고 있으면 지지표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언론으로서가 아니라 정파주의 장이나 선전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영국에선 유력지들이 대통령선거, 총선거 때 특정 정당, 후보를 공개지지하는 전통이 뿌리내린 상태다. 미국 유력지들은 대선 후보의 신념과 정책 등을 취재보도를 통해 철저히 검증한 뒤, 사설을 통해 지지 표명을 하여 유권자의 정치적 참여를 돕는다. 2004년에도 미국 <뉴욕타임스>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선언했다.
한편 미디어 전문지인 <미디어 오늘>이 최근 15개 중앙 일간지·방송사 정치부장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공개지지 여부를 설문조사한 결과, 7대8로 찬반 의견이 엇갈린 바 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