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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독자위한 창구 하나로 교통정리하겠습니다

등록 2007-01-22 18:56수정 2007-01-25 10:38

한겨레 시민편집인 김형태씨
한겨레 시민편집인 김형태씨
제2대 한겨레 시민편집인 김형태씨
구성원 지면의견도 받아
책임자에게 전달할 것

“덜컥 맡았는데 큰일 났다.” 제2대 한겨레 시민편집인을 맡은 김형태(51) 변호사는 농담으로 첫 소감을 대신했다. 20년 넘게 변호사 일과 폭넓은 사회 활동을 해 온 그도 부담을 느낄 만큼 한겨레 시민편집인은 사실 ‘까다로운’ 자리다.

시민편집인은 언론중재법 등에 나와 있는 ‘고충처리인’의 한겨레식 이름이다. 시민편집인은 한겨레의 부정확한 기사로 피해를 본 사람을 돕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신문사에 전달하는 구실을 한다. “양쪽으로부터 욕먹기 딱 좋다”는 김형태 시민편집인의 말처럼, 시민편집인은 한겨레와 독자의 중간에 놓여 있다. 외롭고 힘들고, 한겨레에 쓴소리를 하는 ‘악역’도 맡아야 한다. 그는 “한편으로 걱정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겨레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조심스럽지만 적극적으로 시민편집인 활동 구상을 밝혔다. 그는 독자 불만과 의견을 전달하는 시스템 일원화와 한겨레 편집국 내부 의사 소통 활성화를 강조했다.

-시민편집인이란 감시자 역할을 맡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매우 걱정입니다. 언론피해의 자율적 구제 예방은 시민편집인에게 부여된 기본 역할입니다. 또 신문이 나아갈 방향과 큰 틀을 비판적으로 제시하고, 거기에 이르는 경로를 모색하고 구체화하는 일도 맡고 있습니다. 이러고 보면 일이 한도 끝도 없어 보이는데, 하다보면 가닥이 잡히겠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시민편집인 일이 틀에 짜인 게 아니라, 일의 정도, 수행 방식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닥이 잡히면 어떤 활동에 힘을 쏟고 싶습니까?

=독자 권익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의 불만과 의견이 들어오고 있는데, 시민편집인실로 독자의 창구를 일원화해서 교통정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다. 저의 법조인 경험이 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접수한 독자의 의견과 불만은 편집국과 협의해 처리 방향, 수위 등을 정하겠습니다. 독자뿐만 아니라 한겨레 내부 구성원들의 지면에 대한 의견도 자유롭게 받아 편집 책임자한테 전달하고 싶습니다. 당분간 편집국 회의 등 한겨레의 각종 회의에 들어가 전체 흐름을 잡으려고 합니다.

-한겨레가 어떤 점을 고쳐야 할지 한말씀 해 주십시오.


=최근 박종철 20주기를 맞아 관계기관대책회의 참가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사를 1면에 실었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제 와서 지나간 이야기를 왜 꺼내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 신문’(그는 한겨레를 ‘우리 신문’이라고 부른 뒤 싱긋 웃어 보였다)이 편집회의에서 큰 틀에서 ‘과거사 정리’를 대주제로 정하고 박종철 20주기 기획기사를 준비했다면 좋았을 겁니다. 88년 창간 때와는 세상이 많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한겨레도 자신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사회 모습을 좀더 구체화해야 합니다. 또 생각이 다른 상대방한테도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공명정대하고 실용적이어야 하는데 어떨 때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한겨레 시민편집인 김형태씨
한겨레 시민편집인 김형태씨
‘한겨레’ 매너리즘 벗어야
기자들 깊이있는 공부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민족 민주’처럼 추상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이고 상대방이 존중하고 공감하는 중간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중간 목표가 없으니까 한 지면에서 어떤 기사는 너무 교조적이고 어떤 기사는 터무니없이 맥이 풀려 있습니다. 제가 맡았던 사건 관련 보도를 보더라도 취재 대상이 좁고 깊이가 부족한 인상을 받습니다. 기자들이 각 분야에서 정보력과 지적 깊이를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한겨레 외부의 연구자들, 사회단체들의 조언을 받는 방안을 연구해볼 만합니다.

-학자들은 요즘 신문의 위기를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

=신문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지향점도 없고 잡다한 지식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신문이 멀어져가는 독자들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신문이 ‘정파의 전투수단’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달 안에 한겨레는 취재보도 준칙을 마련해 공포할 계획입니다.이런 노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신문의 신뢰를 얻으려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상위의 추상적 개념뿐만 아니라 하위의 구체적 수단도 중요합니다. 취재보도준칙 제정은 한겨레가 기자 개개인의 지향이나 활동에 그 방향성을 맡기지 않고, 시스템과 외부 조언에 따라 신문을 만드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시민편집인은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합니다. 독자권익위 활동은 어떻게 꾸려갈 계획입니까?

=독자 권익 가운데는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부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도하는 것은 신문의 이익과도 부합할 것입니다. 다양하게 들어온 독자의 의견들을 편집국에 전달해 지면 제작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름에 한번 칼럼 예정
제 글 신뢰 얻어야지요

-나라 안팎의 다른 신문사 옴부즈맨이나 고충처리인을 보면 자주 편집국과 긴장관계를 빚곤 합니다.

=시민편집인은 기자들이 뽑아 준 것도 아니고 독자가 추천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역할 수행의) 원동력이 모호하기도 합니다. (외부인이기 때문에) 저는 구체적 신문 제작 과정과 한겨레 내부 사정도 잘 모릅니다. 독자들이나 편집국은 저마다 자기 의견이 옳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제 글이 상대방한테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시민편집인 칼럼은 2주에 한번꼴로 독자를 찾아가고 있다. 김 시민편집인은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한겨레 창간 정신과 독자들이 바라는 바를 전하는 글을 쓰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독자나 한겨레 구성원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시민편집인의 활동은 외부 여론, 독자, 한겨레 비판자, 한겨레 구성원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내야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개인 김형태가 개인 취향으로 끌고 갈 수 없습니다.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으면 시민편집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시민편집인한테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연락처: 전자우편 publiceditor@hani.co.kr, 전화 02-710-0698)

글 권혁철 편집기획팀장 nura@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형태 시민편집인 누구

80~90년대 인권변호사…송두율 교수 변론 맡기도

김형태 시민편집인은 다양한 사회활동과 변호사로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는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8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창립 회원이자 홍보 간사를 맡았다. 80·90년대에는 주요 시국사건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때는 특별검사보로 임명됐으나 “수사과정의 공정성과 독립성 보장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검보에서 사임했다. 2003년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을 때 송 교수의 변론을 맡았다. 최근에는 헌법재판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천주교 인권위원장, 천주교 사형제도폐지운영위원장,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제1상임위원,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 다양하고 활발한 사회참여활동을 하고 있다. 법조계 인사로는 드물게 문학적 감수성을 담은 유려한 칼럼으로도 이름나 있다.

김형태 시민편집인은 한겨레와 인연이 깊다. 그는 창간주주이며 구독료 100만원을 한꺼번에 낸 평생독자이다. 신문을 비롯해 한겨레신문사에서 내는 모든 잡지를 받아보고 있는 ‘한겨레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을 맡으며 한겨레 사람들과 친해졌으며, 많은 이들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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