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시민편집인 김형태씨
제2대 한겨레 시민편집인 김형태씨
구성원 지면의견도 받아
책임자에게 전달할 것 “덜컥 맡았는데 큰일 났다.” 제2대 한겨레 시민편집인을 맡은 김형태(51) 변호사는 농담으로 첫 소감을 대신했다. 20년 넘게 변호사 일과 폭넓은 사회 활동을 해 온 그도 부담을 느낄 만큼 한겨레 시민편집인은 사실 ‘까다로운’ 자리다. 시민편집인은 언론중재법 등에 나와 있는 ‘고충처리인’의 한겨레식 이름이다. 시민편집인은 한겨레의 부정확한 기사로 피해를 본 사람을 돕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신문사에 전달하는 구실을 한다. “양쪽으로부터 욕먹기 딱 좋다”는 김형태 시민편집인의 말처럼, 시민편집인은 한겨레와 독자의 중간에 놓여 있다. 외롭고 힘들고, 한겨레에 쓴소리를 하는 ‘악역’도 맡아야 한다. 그는 “한편으로 걱정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겨레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조심스럽지만 적극적으로 시민편집인 활동 구상을 밝혔다. 그는 독자 불만과 의견을 전달하는 시스템 일원화와 한겨레 편집국 내부 의사 소통 활성화를 강조했다. -시민편집인이란 감시자 역할을 맡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매우 걱정입니다. 언론피해의 자율적 구제 예방은 시민편집인에게 부여된 기본 역할입니다. 또 신문이 나아갈 방향과 큰 틀을 비판적으로 제시하고, 거기에 이르는 경로를 모색하고 구체화하는 일도 맡고 있습니다. 이러고 보면 일이 한도 끝도 없어 보이는데, 하다보면 가닥이 잡히겠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시민편집인 일이 틀에 짜인 게 아니라, 일의 정도, 수행 방식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닥이 잡히면 어떤 활동에 힘을 쏟고 싶습니까? =독자 권익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의 불만과 의견이 들어오고 있는데, 시민편집인실로 독자의 창구를 일원화해서 교통정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다. 저의 법조인 경험이 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접수한 독자의 의견과 불만은 편집국과 협의해 처리 방향, 수위 등을 정하겠습니다. 독자뿐만 아니라 한겨레 내부 구성원들의 지면에 대한 의견도 자유롭게 받아 편집 책임자한테 전달하고 싶습니다. 당분간 편집국 회의 등 한겨레의 각종 회의에 들어가 전체 흐름을 잡으려고 합니다. -한겨레가 어떤 점을 고쳐야 할지 한말씀 해 주십시오.
=최근 박종철 20주기를 맞아 관계기관대책회의 참가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사를 1면에 실었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제 와서 지나간 이야기를 왜 꺼내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 신문’(그는 한겨레를 ‘우리 신문’이라고 부른 뒤 싱긋 웃어 보였다)이 편집회의에서 큰 틀에서 ‘과거사 정리’를 대주제로 정하고 박종철 20주기 기획기사를 준비했다면 좋았을 겁니다. 88년 창간 때와는 세상이 많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한겨레도 자신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사회 모습을 좀더 구체화해야 합니다. 또 생각이 다른 상대방한테도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공명정대하고 실용적이어야 하는데 어떨 때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한겨레’ 매너리즘 벗어야
기자들 깊이있는 공부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민족 민주’처럼 추상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이고 상대방이 존중하고 공감하는 중간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중간 목표가 없으니까 한 지면에서 어떤 기사는 너무 교조적이고 어떤 기사는 터무니없이 맥이 풀려 있습니다. 제가 맡았던 사건 관련 보도를 보더라도 취재 대상이 좁고 깊이가 부족한 인상을 받습니다. 기자들이 각 분야에서 정보력과 지적 깊이를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한겨레 외부의 연구자들, 사회단체들의 조언을 받는 방안을 연구해볼 만합니다. -학자들은 요즘 신문의 위기를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 =신문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지향점도 없고 잡다한 지식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신문이 멀어져가는 독자들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신문이 ‘정파의 전투수단’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달 안에 한겨레는 취재보도 준칙을 마련해 공포할 계획입니다.이런 노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신문의 신뢰를 얻으려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상위의 추상적 개념뿐만 아니라 하위의 구체적 수단도 중요합니다. 취재보도준칙 제정은 한겨레가 기자 개개인의 지향이나 활동에 그 방향성을 맡기지 않고, 시스템과 외부 조언에 따라 신문을 만드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시민편집인은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합니다. 독자권익위 활동은 어떻게 꾸려갈 계획입니까? =독자 권익 가운데는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부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도하는 것은 신문의 이익과도 부합할 것입니다. 다양하게 들어온 독자의 의견들을 편집국에 전달해 지면 제작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름에 한번 칼럼 예정
제 글 신뢰 얻어야지요 -나라 안팎의 다른 신문사 옴부즈맨이나 고충처리인을 보면 자주 편집국과 긴장관계를 빚곤 합니다. =시민편집인은 기자들이 뽑아 준 것도 아니고 독자가 추천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역할 수행의) 원동력이 모호하기도 합니다. (외부인이기 때문에) 저는 구체적 신문 제작 과정과 한겨레 내부 사정도 잘 모릅니다. 독자들이나 편집국은 저마다 자기 의견이 옳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제 글이 상대방한테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시민편집인 칼럼은 2주에 한번꼴로 독자를 찾아가고 있다. 김 시민편집인은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한겨레 창간 정신과 독자들이 바라는 바를 전하는 글을 쓰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독자나 한겨레 구성원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시민편집인의 활동은 외부 여론, 독자, 한겨레 비판자, 한겨레 구성원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내야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개인 김형태가 개인 취향으로 끌고 갈 수 없습니다.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으면 시민편집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시민편집인한테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연락처: 전자우편 publiceditor@hani.co.kr, 전화 02-710-0698) 글 권혁철 편집기획팀장 nura@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책임자에게 전달할 것 “덜컥 맡았는데 큰일 났다.” 제2대 한겨레 시민편집인을 맡은 김형태(51) 변호사는 농담으로 첫 소감을 대신했다. 20년 넘게 변호사 일과 폭넓은 사회 활동을 해 온 그도 부담을 느낄 만큼 한겨레 시민편집인은 사실 ‘까다로운’ 자리다. 시민편집인은 언론중재법 등에 나와 있는 ‘고충처리인’의 한겨레식 이름이다. 시민편집인은 한겨레의 부정확한 기사로 피해를 본 사람을 돕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신문사에 전달하는 구실을 한다. “양쪽으로부터 욕먹기 딱 좋다”는 김형태 시민편집인의 말처럼, 시민편집인은 한겨레와 독자의 중간에 놓여 있다. 외롭고 힘들고, 한겨레에 쓴소리를 하는 ‘악역’도 맡아야 한다. 그는 “한편으로 걱정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겨레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조심스럽지만 적극적으로 시민편집인 활동 구상을 밝혔다. 그는 독자 불만과 의견을 전달하는 시스템 일원화와 한겨레 편집국 내부 의사 소통 활성화를 강조했다. -시민편집인이란 감시자 역할을 맡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매우 걱정입니다. 언론피해의 자율적 구제 예방은 시민편집인에게 부여된 기본 역할입니다. 또 신문이 나아갈 방향과 큰 틀을 비판적으로 제시하고, 거기에 이르는 경로를 모색하고 구체화하는 일도 맡고 있습니다. 이러고 보면 일이 한도 끝도 없어 보이는데, 하다보면 가닥이 잡히겠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시민편집인 일이 틀에 짜인 게 아니라, 일의 정도, 수행 방식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닥이 잡히면 어떤 활동에 힘을 쏟고 싶습니까? =독자 권익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독자의 불만과 의견이 들어오고 있는데, 시민편집인실로 독자의 창구를 일원화해서 교통정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다. 저의 법조인 경험이 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접수한 독자의 의견과 불만은 편집국과 협의해 처리 방향, 수위 등을 정하겠습니다. 독자뿐만 아니라 한겨레 내부 구성원들의 지면에 대한 의견도 자유롭게 받아 편집 책임자한테 전달하고 싶습니다. 당분간 편집국 회의 등 한겨레의 각종 회의에 들어가 전체 흐름을 잡으려고 합니다. -한겨레가 어떤 점을 고쳐야 할지 한말씀 해 주십시오.
=최근 박종철 20주기를 맞아 관계기관대책회의 참가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사를 1면에 실었습니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제 와서 지나간 이야기를 왜 꺼내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 신문’(그는 한겨레를 ‘우리 신문’이라고 부른 뒤 싱긋 웃어 보였다)이 편집회의에서 큰 틀에서 ‘과거사 정리’를 대주제로 정하고 박종철 20주기 기획기사를 준비했다면 좋았을 겁니다. 88년 창간 때와는 세상이 많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한겨레도 자신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사회 모습을 좀더 구체화해야 합니다. 또 생각이 다른 상대방한테도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공명정대하고 실용적이어야 하는데 어떨 때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한겨레 시민편집인 김형태씨
기자들 깊이있는 공부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민족 민주’처럼 추상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이고 상대방이 존중하고 공감하는 중간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중간 목표가 없으니까 한 지면에서 어떤 기사는 너무 교조적이고 어떤 기사는 터무니없이 맥이 풀려 있습니다. 제가 맡았던 사건 관련 보도를 보더라도 취재 대상이 좁고 깊이가 부족한 인상을 받습니다. 기자들이 각 분야에서 정보력과 지적 깊이를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한겨레 외부의 연구자들, 사회단체들의 조언을 받는 방안을 연구해볼 만합니다. -학자들은 요즘 신문의 위기를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 =신문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지향점도 없고 잡다한 지식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신문이 멀어져가는 독자들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신문이 ‘정파의 전투수단’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달 안에 한겨레는 취재보도 준칙을 마련해 공포할 계획입니다.이런 노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신문의 신뢰를 얻으려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상위의 추상적 개념뿐만 아니라 하위의 구체적 수단도 중요합니다. 취재보도준칙 제정은 한겨레가 기자 개개인의 지향이나 활동에 그 방향성을 맡기지 않고, 시스템과 외부 조언에 따라 신문을 만드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시민편집인은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합니다. 독자권익위 활동은 어떻게 꾸려갈 계획입니까? =독자 권익 가운데는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부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도하는 것은 신문의 이익과도 부합할 것입니다. 다양하게 들어온 독자의 의견들을 편집국에 전달해 지면 제작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름에 한번 칼럼 예정
제 글 신뢰 얻어야지요 -나라 안팎의 다른 신문사 옴부즈맨이나 고충처리인을 보면 자주 편집국과 긴장관계를 빚곤 합니다. =시민편집인은 기자들이 뽑아 준 것도 아니고 독자가 추천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역할 수행의) 원동력이 모호하기도 합니다. (외부인이기 때문에) 저는 구체적 신문 제작 과정과 한겨레 내부 사정도 잘 모릅니다. 독자들이나 편집국은 저마다 자기 의견이 옳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제 글이 상대방한테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시민편집인 칼럼은 2주에 한번꼴로 독자를 찾아가고 있다. 김 시민편집인은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한겨레 창간 정신과 독자들이 바라는 바를 전하는 글을 쓰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독자나 한겨레 구성원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시민편집인의 활동은 외부 여론, 독자, 한겨레 비판자, 한겨레 구성원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내야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개인 김형태가 개인 취향으로 끌고 갈 수 없습니다.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으면 시민편집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시민편집인한테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연락처: 전자우편 publiceditor@hani.co.kr, 전화 02-710-0698) 글 권혁철 편집기획팀장 nura@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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