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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사법부, 정의의 보루로서 진실 밝히라

등록 2006-12-03 17:35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동생 조용준씨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동생 조용준씨
[이사람]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동생 조용준씨
<민족일보>에도 제임스 딘이 있었다?

까닭은 이렇다.

1961년 초반 당시 혁신계를 대표하던 이 신문의 조용수 사장은 걸핏하면 편집국 취재차량인 짚차 2대 가운데 1대를 이용해 독립운동 지사들을 위로방문했다. 정종 1병과 쌀 1가마를 실은 채였다. 연탄 100장도 뒤따라 배달됐다. 편집국 기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아니 형님, 자꾸 취재차량을 빼가면 어떡합니까?” 조 사장의 친동생이자 스물여덟 나이에 민족일보 기획실장을 맡고 있던 조용준(74)씨는 기자들의 눈초리를 의식해 자주 항의를 했다. 이를 지켜보던 오소백 사회부장(뒷날 언론사 지망생들의 필독서가 된 <신문기자가 되려면>의 저자)이 껄껄 웃으며 “자네는 반항아적인 기질이 있으니 제임스 딘이구먼”이라고 조용준씨에게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지난 31일 경기 남양주시 자택에서 만난 조씨는 92호를 끝으로 폐간당한 민족일보와, 역시 서른둘이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다한 형 조용수에 대한 기억의 실타래를 다시 풀었다. 1961년 2월13일 창간호 1만5천부를 찍은 민족일보는 그해 5월19일 폐간당하기 직전에는 4만5천부를 발행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당시 김영삼씨가 가판이 나오는 오후 4시께 되면 비서를 시켜 신문을 사갈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는 게 조씨의 증언이다. 민족일보 사옥은 현재 서울 광화문에 있는 <조선일보> 건물 바로 뒤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서민 ‘눈과 귀’ 역할에 군부 미움 사
진실화해위 재심권고…실체 드러나길
“한겨레가 민족일보 후신, 타협말라”

45년 전 일을 일을 회상하는 조씨의 모습이 마냥 괴로워보이지만은 않았다. 최근 진실화해위원회가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리며 국가에 재심을 권고한 탓이다. 그는 “그 동안 민족일보 사건과 관련해 재심을 청구했다 기각되면 조 사장과 민족일보만 두번 죽게 될까봐 못하고 살았다”며 “이제 정의의 보루랄 수 있는 사법부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편이 넉넉치않은 조씨는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고 심리를 끌어갈 변호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조용준씨는 1961년 12월21일을 잊지 못한다. 그 날 오전 9시40분 서대문형무소에서 형 용수씨를 면회했는데, 예감이 좋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충무로에 일보러 갔다가 라디오에서 형이 그날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보도를 접했다는 것이다. 쿠데타의 주역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혁명재판부 판사로서 사형 판결문에 서명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놓고도 그는 “더 이상 미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과거 일이 면책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진보라기보다는 리버럴한 휴머니스트”라고 조용수 전 사장을 규정한 조씨는 오는 21일 남한산성에 있는 형의 묘소를 새로운 기분으로 찾을 계획이다.

<한겨레> 창간 주주 독자이기도 한 조씨는 “한겨레가 바로 민족일보의 후신이라고 보면 된다”면서도 “한겨레가 점점 타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같아 안타깝다”는 고언을 잊지 않았다.

남양주/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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