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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인터뷰] 한겨레 첫여성 시경캡 “밥은 먹었니?”

등록 2006-10-28 10:50수정 2006-10-29 17:22

한겨레 이유주현(32) 기자
한겨레 이유주현(32) 기자
언론계의 오랜 ‘남녀 구별’ 관행의 하나가 또 허물어졌다. <한겨레>는 지난 23일 기자 인사에서 그동안 남성 기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이른바 ‘시경캡’) 자리에 이유주현(32) 기자를 임명했다. 여성 기자를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에 임명한 것은 2000년 <동아일보> 이후 처음이고, <한겨레>로서는 처음이다.

‘섬세한 카리스마’. 이유주현(32) 기자를 따라나디는 수식어다. 이제 그에게 ‘시경캡’이라는 수식어가 보태진 셈이다. ‘시경을 출입하는 캡틴(서울경찰청과 캡틴(captain)의 줄임말)’이란 뜻에서 ‘시경캡’으로 부르는 서울경찰청 출입기자는 사건·사고를 맡는 사건기자(경찰기자)들의 기동취재를 관장하는 자리다. 사회면성 기획 취재를 지시·총괄하는 것은 물론 수습 및 신참급 기자들의 교육까지 책임지는 것이 임무다. 적절한 판단력과 기획력 못지않게 강한 통솔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이 자리는 남자 기자들의 몫이었다. 한겨레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당한 모험을 선택한 것이죠. 수습 때를 빼고는 경찰기자 경력이 전무하다시피한 제게 막중한 업무를 맡겼으니까요. 젊고 새로운 시각에서 사회를 보고, 발랄하고 재밌는 지면을 만들라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어깨가 무거워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수줍은 미소를 띄우며 답했다. 사실 사내에서도 그의 발탁을 두고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진반 농반이겠지만, 그에게 “시킬 만하니까 시켰다” “야~ 사람이 그렇게 없냐” 같은 엇갈리는 축하 인사말을 들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이력에, 사내 맥주마시기 대회 우승한 ‘여장부’

하지만 입사 10년차인 이 기자의 ‘힘’은 만만치 않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통해 다져진 체력, 사내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1등으로 검증된 주량, 강렬한 눈빛과 지기 싫어하는 욕심은 그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이력이다. 입사 3년차인 2000년 가을부터 2001년 봄에 고정적으로 수도권면 고정코너 <서울 오늘>을 통해 서울의 도시문제, 계급갈등, 이웃과의 건축 분쟁, 녹지개발 등을 썼다는 것도 차별화된 그만의 경쟁력이다.

“한겨레는 제게 도약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준 것 같아요. 한겨레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부터 이번 인사까지.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전문인력이 늘어나는 사회적 분위기도 감안했겠지만 말이에요.”


“사회면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 이 기자는 “단신으로 다뤄지거나, 묻혀버리는 사건을 적극 발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회와 삶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기사,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웃음을 주는 기사로 승부하고 싶다”는 말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과 사회의 변화가 한눈에 보이는 지면’을 만드는 것은 그의 첫번째 목표다.

이유주현 기자의 ‘기동팀’ 나흘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팀 내에서 “너 이놈, 이거 왜 물먹었어!”, “그따위로 할 거야?” 같은 호통 대신 “밥은 먹었니?” “OO사건이 터졌는데, 네가 취재할래?” 같은 ‘섬세한 카리스마’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후배가 100%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는 끝으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사의 ‘여성캡’에 대해 서울경찰청 공보과 김재규 계장은 “성별을 떠나 적합한 인물이면 누구나 시경캡이 될 수 있다는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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