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치 주요일간지에 실린 한-미정상회담 관련 사진. 왼쪽이 환담 도중 주먹쥔 부시사진을 실은 조·중·동이며 오른쪽이 양정상이 악수하는 사진을 실은 한겨레·경향 · 한국일보이다.
15일 아침신문에 실린 한미정상회담 사진의 차이는 왜?
한국시간으로 14일 자정께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한-미 정상회담은 당연히 모든 한국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항이었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 재개’문제뿐만 아니라 ‘전시작전통제권’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라 있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들은 정규방송대신 생방송으로 현지를 연결해 정상회담 소식을 시시각각 전했다. 15일치 조간신문들은 마감시간(대부분의 신문은 지역별 배달사정을 감안해 밤 10시부터 새벽 2시께까지 마감시간이 나뉘어져 있음)을 늦추면서까지 한-미 정상회담을 신문에 실으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당연히 모든 신문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대통령의 정상회담 사진을 1면에 큼지막하게 실었다. 하지만 여느 정상회담 사진과 달리 신문에 따라 크게 2종류의 사진이 게재되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공교롭게도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환담 도중 주먹을 불끈 쥐고 있고 모습을 실었다. 반면 나머지 신문들은 모두 양 정상이 만나 ‘반갑게 악수’하는 사진을 실었다. 왜 이렇게 사진의 선택이 두 갈래로 극명하게 나뉘는 것일까? ‘조·중·동’은 이날 회담 결과가 한-미 간 갈등이 부각됐는지 대체로 공감대를 확인하는 것이었는지 등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 한-미관계는 갈등 국면인 것으로 인식하고 독자들에게 이를 이미지로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담당데스크 ‘주먹 쥔 부시대통령’ 사진 선택에 “특별한 의도는 없다”
이에 대해 ‘주먹 쥔 부시’ 사진을 게재한 한 신문사의 사진담당 데스크는 “마감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의례적인 사진을 쓰지 않고 양 대통령의 사진 크기 등을 고려해 사진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며 “특별한 의도는 없다”라고 말했다. 아침에 신문을 보니 ‘조·중·동’이 모두 같은 사진을 써 조금 놀랐다는 그는 “사진 선택시 차별화를 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정치사진에 대한 논란은 주로 특정 인물(대개 대선후보) 사진의 게재 횟수나 크기의 균형적 보도 여부에 맞추어져 있었다. 시기도 대개 선거 국면에서 정치권의 하소연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당선 뒤에는 심심치 않게 대통령 사진이 논란거리로 등장해 왔다.
지난 2003년 12월 <미디어오늘>보도에 따르면 청와대와 동아일보는 1면에 실린 노무현 대통령 사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당시 1면 머리기사인 ‘특검 재의 요구’에 물려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최병렬과 노무현 대통령 사진을 나란히 실으며 잔뜩 찌푸리고 있는 노 대통령 표정을 담았다. 청와대는 유감을 표명하며 “1면 머릿기사인 ‘특검 재의 요구’와 맞물려 노 대통령이 최근 국정상황과 관련하여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은 최근의 정국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면서 “특히 정치사진 같은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 불만을 가질 수 있으나 이번 청와대의 주장은 지나친 난센스”라고 밝혔었다.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김정일 포옹사진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 가치” 지난 2004년 한국보도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제가 제일 기억하는 사진은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악수하고 포옹한 사진”이라며 “그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불안을 씻어내는 메시지를 주고 평화의 가능성에 더 다가가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비용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진 한 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관람하며 “왜 이렇게 정치 사진은 볼 만한 게 많은지...”라고 말했었다. 자신의 정상회담 사진이 ‘볼만하게’ 게재된 신문을 보게 될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하다. 요즈음의 사진기자들은 악수하고 웃는 일반적인 사진에서 벗어나 정치가들의 내면을 통찰할 수 있는 사진을 취재하려고 노력한다. <타임>의 백악관 출입기자 아이태너 워커는 “내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대통령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며 이래야만 “밝은 조명과 마이크 앞에 서 있지 않을 때 대통령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기자는 클린턴 부부가 재임시 함께 장난치는 자연스런 순간을 잡아내기도 했다.우리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부 보수신문처럼 기사의 논조에 맞추려고 정치사진을 사용한다면 앞으로도 정치인들의 내면을 담은 자연스런 사진을 우리나라 신문에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취재원인 정치인들이 자신에 대해 적대적인 사진만을 고집하는 신문사 사진기자를 멀리하려 애쓰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한겨레> 뉴스사진팀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동아일보에 실린 한-미 정상회담 사진(왼쪽)과 한겨레에 실린 사진(오른쪽). 동아일보는 사진 설명에 “부시 대통령이 뭔가를 강조하려는 듯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고 썼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김정일 포옹사진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 가치” 지난 2004년 한국보도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제가 제일 기억하는 사진은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악수하고 포옹한 사진”이라며 “그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불안을 씻어내는 메시지를 주고 평화의 가능성에 더 다가가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비용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진 한 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관람하며 “왜 이렇게 정치 사진은 볼 만한 게 많은지...”라고 말했었다. 자신의 정상회담 사진이 ‘볼만하게’ 게재된 신문을 보게 될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하다. 요즈음의 사진기자들은 악수하고 웃는 일반적인 사진에서 벗어나 정치가들의 내면을 통찰할 수 있는 사진을 취재하려고 노력한다. <타임>의 백악관 출입기자 아이태너 워커는 “내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대통령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며 이래야만 “밝은 조명과 마이크 앞에 서 있지 않을 때 대통령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기자는 클린턴 부부가 재임시 함께 장난치는 자연스런 순간을 잡아내기도 했다.우리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부 보수신문처럼 기사의 논조에 맞추려고 정치사진을 사용한다면 앞으로도 정치인들의 내면을 담은 자연스런 사진을 우리나라 신문에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취재원인 정치인들이 자신에 대해 적대적인 사진만을 고집하는 신문사 사진기자를 멀리하려 애쓰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한겨레> 뉴스사진팀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 모습.맨 아래 사진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의 중간기착지인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밖을 내다보는 노무현 대통령 모습. 연합뉴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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