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국방송 뉴스9에선 윤석열 대통령 영국 방문 소식을 5분36초에 걸쳐 소개했다. 뉴스9 화면 갈무리
최경진 한국방송(KBS) 시청자위원장이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땡윤 뉴스’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방송의 뉴스 보도와 관련해 “도저히 제대로 된 공영방송 보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5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방송 메인 뉴스인 ‘뉴스9’의 윤석열 대통령 영국 국빈 방문 보도 등에 대해 “공정성은 물론 균형성과 객관성까지 잃은 뉴스라고 지적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국방송은 지난 21일 뉴스9 ‘윤석열 대통령 영국 국빈 방문 공식환영식’ 리포트에서 다른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메인 뉴스와 달리 5분36초에 걸쳐 황금마차 등이 동원된 의전 행사 내용을 소상히 소개했다.
최 위원장은 “단 몇 초도 길게 느껴지는 방송의 특성상 아무리 빅뉴스라 하더라도 한 꼭지에 3분을 넘어서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무려 5분30초가 넘는 긴 시간 동안 (환영식 장면을) 뉴스로 내보내는 건 의아한 일”이라고 짚었다. 또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공식 환영식을 소개하는 리포트에서 나온 박장범 앵커의 “국제사회에서 가장 화려한 의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멘트에 대해선 “60~70년대 ‘대한뉴스’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앵커(anchor)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대로 중심을 잡아야 할 진행자가 스스로 나서서 그러한 표현을 썼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방송은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로 큰 혼란이 빚어졌던 지난 17일에도 역시 다른 방송사와 달리 첫 꼭지로 윤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소식을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와 야당에선 곧바로 땡윤 뉴스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이뤄진 22일에는 이와 관련된 소식이 12개 꼭지에 걸쳐 30분 남짓 이어졌다. 최 위원장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충분히 보도할 만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공영방송이 안보 문제로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앞장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16일 박 사장이 참석한 시청자위원회에서도 ‘더 라이브’ 등 간판 시사프로그램 강제 폐지와 이소정 전 뉴스9 앵커를 비롯한 진행자 교체를 두고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경영진을 비판했다. 특히 바뀐 뉴스9 앵커가 충분한 내부의 공론 절차 없이 과거 한국방송 뉴스의 공정성 훼손 논란에 대해 방송에서 사과한 장면과 관련해서는 “앵커가 다짐했던 균형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스스로 어긴 리포트”라고 말했다.
각 방송사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87조)에 따라 설치되는 시청자 권익보호 기구로 방송프로그램의 편성과 내용, 자체 심의규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시청자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12개 분야 단체의 추천을 받아 각 방송사가 위촉한다. 한국방송에선 현재 31기 시청자위원회(2022년 9월 출범)가 활동 중이며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를 지낸 최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